미국과 EU는 수년간 동아시아에 의존해온 칩 제조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느린 재교육보다는 이민 개혁이 더 빠른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의원들은 대학이 차세대 반도체 종사자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안을 제안하였다. 이는 글로벌 '인재 전쟁'이 칩 제조 분야에 있어 동아시아의 지배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미국과 EU의 야심찬 계획을 위협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칩 공장들은 인력 부족으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고, 심지어 글로벌 반도체 강국인 대만에서도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에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를 포함하여 공급망 혼란을 가져온 글로벌 칩 부족 사태 이후, EU와 미국의 정치인들은 자체 제조 능력을 구축하고 대만과 한국의 생산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월에 미국 칩 제조업체 인텔은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및 프랑스의 제조공장 및 R&D 센터에 80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장을 지원하는 숙련된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없으면 유럽과 미국의 계획은 흔들릴 수도 있다. 올해 초 애리조나에 있는 선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반도체 제조사의 첫 미국 공장이 인력 부족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예정보다 3~6개월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워싱턴 D.C. 기반 싱크탱크인 IFP의 Jeremy Neufeld는 "EU는 미국보다 훨씬 더 힘든 도전에 직면해 있다. 칩 제조는 승자 독식 산업인 경향이 있고, 유럽은 심지어 미국보다도 뒤쳐져 있다"고 말하였다.
EU의 반도체 인력은 약 20만 명으로 미국의 30만 명 보다 더 적다. EU는 또한 미국과 같은 칩 설계 산업이 부족하다고 Neufeld는 지적한다.
인재를 위한 전쟁
파리에 본사를 둔 AlphaValue의 반도체 산업 연구 분석가인 Romain Pierredon은 유럽 칩 회사들이 '인재 전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주(7월 7일 기준)에 소위 'Chipping in Act'을 도입하였다. 이 법안은 대학과 비영리 조직이 더 많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국립과학재단 상을 만들 것이다.
이는 또한 석사나 박사 학위 기간 동안 마이크로 전자공학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위한 연구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훈련 수당(traineeships)'을 제안한다. 이들은 소수 민족이 많은 대학에 중점을 둘 것이다. 이 법안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학위에 더 잘 통합할 것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우리 대학의 기술 인력에 투자하여 이 성장하는 산업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STEM 교육은 미래다"라고 법안 지지 성명에서 공화당의 Mike Waltz 의원은 말하였다.
한편 유럽 대학에는 반도체 하드웨어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Pierredon은 말한다. "(유럽 내) 특정 반도체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틈새' 교육의 대부분은 대만, 한국,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에 발의된 유럽 칩법(Chips Act)은 10년 내에 EU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발의되었으며, 인재 교육 및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법안에 대한 작업 문서에 따르면 'EU는 제한된 인재 풀을 가지고 있고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
EU 정부는 새로운 직원을 교육하고 기존 직원의 기술을 향상하기 위한 EU 전역에 걸친 '역량 센터' 네트워크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와 별도로 2020년에 EU는 평생 학습을 강화하고 미래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예측하기 위해 기업, 공공 기관 및 기타 조직간의 파트너십인 '기슬을 위한 협약(Pact for Skills)'를 시작한 바 있다.
필수적인 이민자
미국의 비평가들은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은 국내 훈련과 더불어 이민이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
"이민 개혁은 해결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Intel의 이사이자 UC 버클리의 전기 공학 교수인 Tsu-Jae King Liu는 말한다.
조지타운 대학의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고숙련 반도체 근로자의 약 40%가 해외에서 태어났으며, 그중 인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민 제한은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노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결론짓는다. 반도체 관련 대학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미국인의 수는 1990년 이후 정체된 상태이다.
"국내 교육 및 기술 향상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는 노동력의 장기적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의회가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빠른 일정내에 가동되기를 바라는 시점에서 이러한 장기 전략은 제 몫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Neufeld는 말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고숙련 노동자들이 미국에 더 쉽게 올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이민 개혁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달 초, 의원들은 반도체를 포함한 중요 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STEM 박사 학위를 소지한 이민자를 위한 비자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