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회는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이후 유럽 산업을 괴롭힌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EU 칩법을 제정하였다. 이는 칩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고급형 전문 반도체의 개발 및 제조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음에도 모든 사람이 수단과 목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세 가지 주요 논쟁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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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인센티브에 집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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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칩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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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가?
집행위가 언급한 것처럼 반도체 생산은 지식과 자본 집약적이다. EU는 두 가지 모두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부문의 문제 규모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집행위는 보다 포괄적인 조치와 자금 조달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칩법에 대한 공적 자금은 2030년까지 110억 유로에 달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집행위는 민간 투자에서 320억 유로를 추가로 유치하고자 한다.
R&D를 위한 110억 유로는 실제로 호라이즌 유럽 및 디지털 유럽 과 같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끌어왔으며, 이미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에 할당되어 있던 금액이다.
유럽은 칩 제조보다는 유럽의 강점인 반도체 디자인과 R&D 등에 집중해야 할 것
브뤼겔 싱크탱크의 Niclas Poitiers 연구원은 EU가 반도체 제조에서 동아시아와 경쟁할 수 없고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것보다 R&D에 낫다고 보고있다. 이를 통해 유럽 산업은 디자인과 같은 반도체 체인의 고부가가치 분야를 전문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EU 의회 연구서비스의 정책 분석가인 Kjed van Wieringen은 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지금 유럽이 가진 강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유럽은 연구 및 장비 제조의 선두주자이므로 칩법은 이러한 강점을 인정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네덜란드 금융 서비스 회사 ING의 경제학자 Jan Frederick Slijkerman은 집행위의 계획에 대한 반응으로 '유럽이 가치 사슬에서 관련성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예를 들어 그는 네덜란드 회사 ASML을 '세계 최고'라고 언급하면서 유럽은 기계 및 지적 재산과 같은 일부 R&D 집약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유럽은 벨기에의 Imec과 같은 연구 센터 등 강력한 기초 연구를 가지고 있다. 한편, 그는 "유럽은 부가가치가 생겨나는 디자인 및 제조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플레이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고급 반도체 vs 저가 칩
고급 칩에 대한 R&D와 집행위원회의 초점 문제에 대해 비평가들은 현재 유럽 산업의 수요가 저가 칩에 대한 것임을 지적하였다.
집행위원회가 정말로 생산에 집중하기를 원한다면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와 같은 저가형 제품의 제조 능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Poitiers는 말하였다.
그것이 단기적인 동인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의 칩도 갈수록 작아질 것이기 때문에 발전을 따라가며 혁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van Wieringen은 말하였다.
반면, 유럽 최고의 연구 기관인 Imec의 최고 전략 책임자인 Jo De Boeck은 현재 칩 제조업체가 성장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 요구 사항을 예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유럽에는 고급 칩에 대한 수요가 있으며, 이러한 칩을 제조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반도체칩법과 함께 유럽은 혁신을 위한 폭풍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가형 칩과 고급형 칩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은 둘 다 필요하다."
예산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가?
집행위원회는 430억 유로로 반도체 세계 시장에서 EU의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현재보다 2배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an Wieringen이 지적했듯이,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산량이 4배 증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력도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EU 의회의 정책 전문가들은 EU가 다소 지나치게 야심찬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실제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Poitiers가 지적했듯이 430억 유로의 예산은 새로운 칩 제조 공장의 비용에 비해 매우 적은 금액이다. 가장 최근의 예로서, 이탈리아 프랑코 회사인 STMicroelectronics는 이번 주에 7억 3천만 유로가 소요될 새로운 시설을 Catania에 건설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중 2억 9,250만 유로는 이탈리아 정부의 보조금에서 나온다.
그러나 반도체 R&D에 투자한다면 430억 유로는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다.
De Boeck은 예산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상황을 원활하게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럽의 환경이 우호적이라면 민간 투자는 430억 유로라는 목표를 쉽게 초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De Boeck은 기업이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기 전에 여러 측면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유럽의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비용은 장벽이 될 수도 있다.
Intel은 지난 3월에 독일의 반도체 팹, 프랑스의 새로운 R&D 및 디자인 허브, 아일랜드, 이탈리아, 폴란드 및 스페인에 제조 및 파운드리 서비스 등에 초기 17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투자 발표를 하며 Intel의 CEO인 Pat Gelsinger는 EU 칩법의 영향을 인정하면서 "이번 투자는 민간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여 반도체 부문에서 유럽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동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STMicroelectronics와 Intel의 반도체 제조에 대한 주요 투자 발표는 최초의 시설 건설을 지원하려는 칩법의 목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회원국 정부는 EU 국가 지원 규칙을 무시하고 유럽에서 시설 건설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자격을 갖추려면 칩법에 명시된 정의에 따라 유럽에 동등한 시설이 이미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원되는 시설이 기존 또는 약속된 민간 이니셔티브를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공공 지원은 입증된 자금 격차의 최대 100%, 즉 유럽에서 그러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금액을 커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