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C 서포터즈] HERE Technologies 소개

Hyun-sup AHN

Advanced mobility

Senior product owner at HERE Technologies

Q: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KERC 서포터즈 첨단 모빌리티를 담당하고 있는 안현섭입니다. 저는 현재 히어 테크놀로지스(HERE Technologies, 이하 히어)라는 글로벌 IT 기업에서 근무중이며, 제가 출근하는 사무실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슈발바흐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대충 요런 분위기의 환경에서 일합니다. 살면서 가장 잘 찍은 셀카인건 안 비밀 (...) 

Q: 소속기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반도체라면 삼성!’, ‘ 자동차라면 현대!’ 처럼 설명이 쉬웠으면 좋겠지만, 저희는 B2B가 기본 사업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히어는 그 이름에서 힌트를 주듯 <위치> 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디지털 지도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위키피디아에는 암스테르담에 본사가 있다고 나와 있는데요 (사장님도 거기 계심), 주요 개발 및 프로덕트 관련 파워하우스는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히어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초 고정밀 지도 제작,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자동차 산업 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류 및 운송 관리 시스템, 위치 기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자산 추적 서비스 등 기업용 솔루션도 함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실시간 교통 정보, 위치 기반 서비스 등 소비자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 직원 수는 전 세계 약 8,000명 정도 되고 지도 사업 자체가 전 세계 국가에 뻗쳐 있고, 데이터 또한 전 세계에서 수집, 관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글로벌 스케일로 동료들과 일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계 200개 이상 국가의 정밀 지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자율주행차량용 고정밀 지도 기술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들 익숙하게 사용하시는 구글 맵스나 북미와 유럽에서 자동차 렌트로 여행해 보셨다면 들어보셨을 법한 톰톰(TomTom)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맵 시장의 빅3 중 하나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컨설팅 업체들이 디지털 지도 관련 순위를 매년 발표하는데 저희가 매년 빼놓지 않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소속기관에서 서포터즈님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지오코딩이라고 하는 위치 매핑 서비스와 지도 검색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사업본부의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오너’는 10년 전후로 한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직무명이기도 하네요. 사전적으로는 애자일/스크럼 방법론에서 제품의 비전과 방향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제품 개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제품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주된 임무! 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일이 되기 위해서 앞뒤 가리지 닥치는대로 하다가 욕먹고 발만 동동 구르는게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임 범위도 넓고, 그 만큼 높은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개발팀에 속해 있지만 코딩은 거의 안 하면서 코드 리뷰는 했다가, 고객사 미팅에 참여하고, 개발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보고서를 만들어 윗선에 보고했다가, 어떤 날은 혼자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하고, 통계를 돌리다가 다시 수시로 몰아치는 회의에서 정신줄을 놓지 않고 로드맵을 만들고 수정하고 연기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동적인 요소와 넓은 책임 범위에도 제로 베이스에서 완전한 성과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미니CEO라는 영예스러운 별명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봉도 미니…?) 그러나 높은 업무 자율성과 상호 존중의 문화는 입사 후 단 한번도 출근이 싫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제게 큰 의미를 가집니다.

저는 같은 팀에서 분석가와 개발자를 거쳐서 프로덕트 오너를 맡게 된 입장이라 다양한 직군의 입장을 고루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살려온 덕분에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에도 지금까지 팀원들과의 두터운 신뢰(=미운정 & 고운정)를 기반으로 안정감있게 조직 내에서 제 입지를 단단히 해 왔다고 느낍니다.

Q: 같이 일/연구하는 사람들을 소개해주세요. 

특정하거나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천재같은 개발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같이 코드 리뷰를 한다거나 개발 관련 회의를 할 때 현란하지 않지만 바둑알 한 두개 옮기는 것 같은 차분한 코딩으로 버그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멋지게 개발하는 개발자들을 보면, 마치 이 세계의 마법사들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저도 어디서 크게 무언가를 못하고 구박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특정 도메인에 깊은 지식과 노련함을 가진 개발자들을 보면 자연스레 깊은 존경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상호 존중과 신뢰의 문화 덕분에 어떤 일을 부탁했을 때 실제로 필요한 시간보다 부풀려 말하는 등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을 많이 보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점 덕분에 60이 훌쩍 넘은 백발의 동료들과도 큰 어려움 없이 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Q: 근무/연구 환경이나 분위기는 어때요?

회사 역사를 조금 언급할 수 밖에 없겠네요. 히어는 10년 전, 소위 말하는 독3사 (3대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 = BMW, 벤츠, 아우디) 가 노키아의 디지털 지도 사업부를 인수한 업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과 전 세계 주요국에 지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히어의 연구개발 환경을 정의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노키아 레거시> 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탐구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팀과 부서마다 편차가 심하지만 반복적인 개발업무에 흥미를 잃지 않고 지속적인 지식 학습과 적용이 가능하도록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할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자주 제공되며 이를 불편해하지도 않습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해커톤과 개발자 컨퍼런스 참여 지원 등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시작된 재택근무 정책이 지금도 이어져 모든 직원은 최대 주 3일 까지 재택근무가 가능하며, 필요시 1년에 4주까지 고용된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어디에서도 원격 근무가 가능합니다. 이 기회를 워케이션으로 활용하거나 휴가와 겹쳐 사용하기도 합니다. 워라밸이 어느 정도 보장된 근무 환경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제 경우에는 어차피 팀원들이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고, 긴밀히 협력하는 다른 부서들도 다른 시간대 국가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9 to 6 를 지키는 것이 무의미하기도 합니다. 대개는 20% 더 많이 일한다는 느낌으로 일하곤 합니다. 근데 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사히(?) 회사에서 인정받고 일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소속기관이 활발한 국제협력활동을 하고 있나요?  있다면 주로 어디(나라/기관) 협력하고 있나요? 소속기관의 유럽내 입지는 어떻게 평가받고 있나요?

민간기업이라는 회사 특징과 사업 특성 상 공동 연구, 특허 개발, 논문 출간으로 대표되는 국제협력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자동차 산업에서 히어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 시장에서 구글 맵스의 강력한 경쟁자라는 점에서 글로벌 스케일의 견제와 협력 요청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한 예로, 베를린에 주요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면서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지역 연구소와 대학교 및 지자체의 디지털 지도 관련 프로젝트등에 기여하여 GIS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유럽기업이라는 색채를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 영국, 스페인, 폴란드, 스위스 등 주요 국가에 존재하는 지사와 영업조직과의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Q:  소속기관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정도 인가요? (연구 업무 관련 + 개인적)

독일에 처음 왔을 때 어학원에서 자기 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세계 지도를 화면에 보여준 후 한국의 위치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한국이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였던 탓인지 아무도 정답을 맞추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 지도를 다루다 보니 저희 팀원 대부분은 지도에서 한국이 어딘지 찾아보라면 3초 안에 찾아줄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독일에서 거쳐온 대학교, 어학원, 언어 교환 친구 모임 어디에서도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랍니다.

업무적으로 보면 지난 몇 년 간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견조한 성장과 일본,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 지속으로 동북아 3국 시장에 대한 투자와 홍보를 이어 왔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는 매우 높습니다.

여담이지만 동네 케밥집에 갔을 때나 길거리에서 ‘어디서 왔냐?’, ‘일본이냐, 중국이냐?’, ‘남한이냐 북한이냐?’로 이어지는 질문 3종 세트로 이어지는 일상과 달리 대부분의 동료들은 한국의 우수한 경제력이나 연구개발 투자 글로벌 랭킹,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이야기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뽕이 차오르는 경험도 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맥락없이 북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자랑스럽습니다. 아 팀원이 모두 독일인은 아니고 정말 다양한 국가 출신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와 별개로 아무래도 국가별 대표선수(?) 들이 좀 있다보니 한명 한명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감이 있기도 합니다. 저도 뼛속부터 스테레오타입의 한국인이다 보니 시키는일들 군소리 없이 (야근도 불사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잘 하는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가끔은 별 성과없는 토론을 길게 하는걸 못 견디는 것도 한국인의 특징인가 싶기도 합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보기 좋게 격파한 날. 며칠 전만 해도 우승후보라고 우쭐대고, 한국쯤이야 쉬울거라고 대놓고 말하던 독일 동료들이 조용해진 날이기도 합니다. 80명 넘게 회의실에서 경기를 관람했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저는 손흥민 선수의 쐐기골에도 환호를 지르지 못하고 뒷통수에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Q: 소속기관에서 한국과 이미 협력 중이거나 향후 협력 의사가 있나요? 

히어는 한국에 이미 꽤 오래 전 부터 한국 법인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 다양한 업체 및 기관과 제품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단위 연구개발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제게 연락을 주셔도 좋습니다.

한국에서 방문한 3개 대학교의 글로벌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자기주도 캡스톤 프로젝트 멘토링 이벤트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멀리서 찾아온 학생들이 신기하면서도 회사를 알리는 특별한 기회이자 참신한 생각들을 청취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로 여깁니다.

Q: 같은 기관에 한국인도 있나요?

네, 당연히 있습니다. 놀랍게도 프랑크푸르트 오피스에서는 저 외에도 수석급 개발자 세분이 더 계십니다. 모두 다 다른 부서에 속해 있지만 한식이 그리울 때는 언제든지 의기투합하여 점심에 다른 동료들을 뒤로 하고 한식당으로 가서 뜨끈한 국물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풉니다. 모국어로 하는 수다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Q: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소속기관을 추천한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제조업에 닿아있지만 IT회사이고, 다양한 데이터를 만지면서도,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 기법과 도구를 다룬다는 점은 히어가 주는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게다가 실물과 닿아있는 전 세계 지리정보를 만질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또한 말 그대로 전 세계 다양한 출신의 동료들과 너무도 자연스럽게 부대끼며 일할 수 있으면서 워라밸을 잘 지키면서도 필요할 때는 근성있는 한국인의 마인드가 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업무 문화도 매력적입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동료들이 정말 일만 하기 위해 만난 관계인지라 사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말 출근하면 일 이야기만 합니다. 가끔 스몰톡으로 사담을 나누긴 하지만 20분 이상 이어지는 것을 본적은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점은 회사에서 지나친 감정과 정보 과소모로 힘든 분들께는 큰 강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소속기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히어는 정말 좋은 회사입니다. 일단 제가 10년 넘게 계속 다니고 있다는 게 증거이구요(웃음).

정기적으로 열리는 팀별, 부서별, 사업본부별 타운홀 미팅.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 운영과 업무에 대해 리더들과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합니다. 사업 전반에 대한 예리한 질의응답이 오가기도 하고, 사무실에 에어컨이 왜 잘 안나오냐, 구내식당 밥이 너무 맛이 없는데 대안이 있냐 같은 귀여운(?) 불평들도 무겁지 않게 오갑니다.

전 세계 내비게이션과 디지털 지도 시장은 구글맵이 독보적 1위긴 하지만, 구글의 천문학적 재정 투자와 연구개발 인력 투입을 생각하면 2위에 있는 히어의 도전은 언더독을 더 응원하고 싶어하는 제 심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처음 입사 후 아마존 클라우드도, 깃허브가 뭔지도 몰라서 쩔쩔매고, 보내버린 이메일에 있던 오타 하나 때문에 잠도 잘 못 잤던 시간들 사이사이 친절하게 제가 알려주고, 기다려 주고, 성장시켜준 많은 동료와 보스들의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여전히 같은 팀에 같이 일하는 동료도 있고 또는 이직과 은퇴로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실제로 제가 해 온 건 프로덕트 개발이기도 하지만, 그런 동료들과의 담담한 성장 스토리 같기도 하고, 배낭 하나 메고 고국을 훌쩍 떠나온 평범한 사람이 무대를 바꾼 인생이 무언지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문장을 쓰면서 스쳐가는, 모든 이름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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