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엑시터 대학교 (University of Exeter) 비즈니스 스쿨에서 디자인 혁신 렉처러로 있는 이보연입니다. 저는 AI와 데이터가 기존의 디자인 프로세스와 역할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 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촉진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소속기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엑시터 대학교 (University of Exeter)는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엑시터 도시에 위치한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환경 지속가능성, 인공지능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엑시터 대학교는 영국의 주요 연구 중심 대학들로 구성된 Russel Group 의 일원으로 교육과 연구의 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환경과학, 비즈니스, 사회과학, 심리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엑시터 대학교에서 저는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과 (Department of Management) 의 하위 학과인’혁신, 기술, 엔터프리뉴어십’ (ITE: Innovation,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 학과에 있습니다. ITE학과는 세개의 연구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는 디지털 경제를 연구하는 인덱스 (INDEX: Initiative in the Digital Economy) 소속입니다. 다른 두 센터는 순환 경제를 연구하는 Exeter Centre for Circular Economy 와 기업가정신을 연구하는 Centre for Entrepreneurship 입니다. 각 센터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혁신, 기술, 경제에 관한 연구는 영국을 넘어 전 세계에 혁신을 가져오는 방식에 대해 심도있게 이해하고 논의를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Streatham campus 전경,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메인 캠퍼스, ©UoE
Q: 소속기관에서 서포터즈님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크게 티칭과 리서치, 그리고 행정 업무로 나뉘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연구와 티칭을 병행하는 교수직 루트에 있기 때문에, 1년에 수업은 1- 2개 정도 담당하고 있어요. 영국은 1년 3학기 제로 운영되는데,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2학기에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Acting Enterpreneurially’ 수업을 지원하고,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는 3학기에는 석사생을 대상으로 ‘Service Design and Innovation’ 수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국의 수업은 일반적으로 강의와 세미나/워크샵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수업 지원의 경우, 세미나와 워크샵에서 학생들이 매주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서비스디자인 혁신 수업은 제가 직접 강의를 하고 있어요. 수업과 관련된 일에는 모듈을 디자인하고 강의 자료 제작, 학생들의 과제 채점 등이 포함되며, 석박사 학생들의 논문 지도도 티칭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행정업무로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원하는 개인지도나, 예비 신입생들이 학교를 방문하는Open Day 에 참석해 학과 소개를 해주는 등과 같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업무는 독립된 연구자로서 연구를 기획하고, 데이터 수집에 앞서 필요한 연구 윤리 위원회에 데이터 수집 및 관리와 관련된 윤리 신청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받은 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진행하게 됩니다. 분석이 완료되면 저널이나 컨퍼런스에 학술논문을 작성해 제출하구요.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확보가 필수적이라, 연구비용을 가져오기 위해 연구비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입니다. 내 연구를 지원해줄 만한 UKRI (UK Research and Innovation) 나 ERC (European Reesearch Council) 에서 제공하는 펀딩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연구는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을지, 어떠한 연구활동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필요한지와 같은 여러가지 전략적 접근에 대한 고민 후에, 학교 내 연구 지원팀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연구자로서 중요한 점은 ‘Reject’ 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는 것인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잘 못하는 부분이지만, 저널이나 컨퍼런스에서 페이퍼가 거절되거나 연구비 신청이 거절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하지만, 리뷰어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하고 다시 제출할 기회가 있으니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Open day 에 볼 수 있는 분주한 모습, ©UoE
Q: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저는 박사과정으로 PETRAS (Privacy, Ethics, Trust, Reliability, Acceptability and Security) IoT Research Hub 프로젝트[1]에 참여했습니다. PETRAS IoT 는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다섯가지 주요 이슈에 대해 영국의 9개의 대학과 30개 이상의 기업 및 기관이 함께 컨소시엄을 이루어 진행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학 물리학 연구 센터 (EPSRC: Engineering Physical Science Research Council) 에서 풀펀딩 박사 장학금을, 그리고 추가로 RADMA (Research and Development Management Association) 박사 장학금을 받았고 사물인터넷 개발 프로세스와 가치창출에 대한 연구로 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 과정 중,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개인 데이터활용과 관련된 Qualified Selves[2] 프로젝트에 6개월간Research Associate 로 참여했고, 랑카스터 대학교의 디자인연구 역량 강화 프로젝트인 ‘Beyond Imagination’에 2년 반 동안 Post-doctoral research associate 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사물인터넷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는 제품 서비스 개발에서 센서 데이터와 AI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져, 엑시터 대학교 (University of Exeter) 의 DigitLAB[3] 프로젝트에서 1년 반 정도 Post-doctoral research fellow로 근무했으며, 현재의 엑시터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디자인 혁신 교수로 데이터, AI를 통한 디자인 혁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특히 디지털 혁신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혁신과 디자인 프로세스 혁신에 머신러닝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윤리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다학제적 연구를 위해 디자인 내외의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엑시터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 연구자들, 랑카스터에서 함께 연구했던 동료들, 박사 과정 중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함께 책을 썼던 에딘버러 대학교 교수님, 그리고 컨퍼런스를 통해 알게 된 덴마크 아후스 대학교와 미국 MIT 연구자들과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연구 프로젝트는 주로 산업 실무자들과 함께 해야하다보니,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다양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어느 연구분야가 되었든 좋은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친구들을 만들어두는 것이 너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의 Integrity 를 위한 성실함과 다정한 배려를 잊으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DigitLab Project 참여 시 데이터와 AI가 혁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실무자들에게 함께 탐구했던 1day Workshop
지난 여름 한국에서 대학생들과 UN의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주제로 진행했던 Data-Driven Design Workshop
Q: 연구 환경이나 분위기는 어때요?
엑시터 대학교의 메인 캠퍼스는 엑시터에 있는 Streatham campus와 St. Luke Campus 이고, 서브 캠퍼스로 Cornwall지방에 Penryn Campus 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 팀은 특이하게도 런던에 사무실을 두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제법 보편화된 재택근무 문화와 엑시터와 런던사이의 물리적인 거리 탓에 비즈니스 스쿨 동료들과 함께 소통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학과에서는 개인의 연구역량 발전을 위한 세미나나 워크샵을 자주 마련해주며,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는 포용적이고 발전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있어요.
이러한 점들은 영국의 연구중심 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연구와 강의를 겸임하는 교수들 (영국의 교수직은 크게 트랙이 2개로 나뉠 수 있는데, 강의에 집중하는 교수와 강의와 연구를 겸임하는 교수로 나뉩니다) 에게는 임용 후 처음 3년동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신입 교수 (Lecturer/Assistant Professor) 의 강의 시간을 다른 교수들보다 줄여주는 제도가 있어요. 또한,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ABS (Chartered Association of Business Schools)의 4* 저널 에디터를 초청해서 최신 페이퍼 트렌드나, 논문 축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제공하고, 학제간 연구 협업 장려를 위해 학교 내 수학, 컴퓨터과학,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워크샵도 마련해줍니다. 지난 여름에는 ITE 연구자들을 위한 숙식이 제공되는 2박 3일간의 Writing Retreat에 다녀왔는데, 이 프로그램은 강의와 행정업무로 논문 작성 시간을 내기 어려운 교수들을 위해 학술논문 페이퍼 작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었어요.
Writing retreat에 참여했던 학과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머문 곳은 잉글랜드 남서부 데본 (Devon) 지방에 있는 ‘Embercombe’ 라는 영국의 친환경적인 시골집 컨셉의 공간이었습니다. 여러 동료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협업 기회를 찾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연구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존중해 프로그램에 참여가 필수가 아니며 각자 하이킹을 다녀오거나,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주어졌습니다. 매일 아침에는 디렉터 급 교수님이 요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서,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교수님이 주도하신 Morning Yoga session
저는 연구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엑시터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정보 공유와 문화는 매우 수평적, 개방적이며, 포괄적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달 진행되는 팀 미팅에서는 학과장님이 교수, 포닥, 박사생, 행정직원 모두에게 높은 레벨에서 돌아가는 학과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젠더, 인종,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질문에 기꺼이 답변해주세요. 최근 학과장님이 학과 전체에 커뮤니케이션 가이드가 될 수 있는 단체 이메일을 보내주신 일도 인상깊었어요. 그 내용은 첫째, 동료나 학생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는 항상 포용적이고 건설적인 언어만 사용할 것, 둘째, 긴급하지 않은 이슈는 업무시간 외 이메일을 보내지 말라는 것 이었어요. 당연한 것 같아 보이지만, 꽤 보수적인 영국의 대학 환경에서 이렇게 유해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선제적으로, 매우 젠틀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리더십을 보여주신 부분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학교를 떠나 어떠한 기관이든, 리더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닳았습니다.
Q: 소속기관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정도 인가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K-pop, K-drama, K-film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세요. 학과 교수님들도 손자, 손녀 또는 자녀들이 K-pop 에 빠져 있다며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간혹 동료들이 한국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다녀온 경험을 공유해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영국에 소속되어 있던 기관들을 비교해 본다면?
2017년 박사를 시작한 이후, 저는 영국의 세 대학교- Lancaster University, The University of Edinburgh, The University of Exeter- 에 소속되어 왔습니다. 이 세 대학은 모두 연구 중심의 대학교이지만, 지역적 특성과 연구적 강점이 각각 달라요.
랑카스터 대학교는 만체스터보다 1시간 더 위쪽인 북서 잉글랜드에 위치해 있으며, 비와 바람이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비록 Russel Group 에는 속하지 않지만, 연구와 교육에서 모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디자인 학과에는 유명한 교수님들이 많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도시 자체는 1000년이 넘은 카슬이 있고 작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지녔지만, 문화 생활이나 외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소 제한적이에요. 그래도 박사와 포닥 과정 동안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인 The Lake District와 같은 자연 명소들이 가까워 힘든 정착 과정에서도, 락다운의 코로나 기간에도 자연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중 힘들때마다 찾았던 레이크 디스트릭트 하이킹
에딘버러 대학교는 말할 필요도 없이 글로벌 대학 순위 50위 안에 드는 유서깊은 명문 대학교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분들이 포진해있고, 에딘버러 자체도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유명합니다. 특히 여름이면 Fringe Festival 이 열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에요. 최근에는 다학제적 연구를 장려하는 에딘버러 미래연구소 (EFI: Edinburgh Future Institute) 가 설립되어, 스코틀랜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에딘버러 대학교 미래연구소에 서비스디자인 교수직 임용 오퍼를 받았지만, 북쪽의 춥고 어두운 날씨 때문에 너무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고사했습니다. 날씨는 거주지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어요.
마지막으로 현재 몸담고 있는 엑시터 대학교는 다른 두 대학에 비해 가장 따뜻한 남서잉글랜드에 위치해 있어요. 바다와 자연이 가까워 언제든 하이킹이나 해양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 중심 대학인 만큼, 박사생과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 학문적 탐구와 기여를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최고의 휴양지인 콘월과 바닷가가 인접해 있어 언제든 해양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U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