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sun HWANG
Advanced robotics
PhD candidate at 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
병역의무 이행
영국대학에서 학부 과정을 공부하면서 나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연구 과정에서 흥미와 적성을 느끼게 되었고, 연구자의 꿈을 키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병역의 의무가 있었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 및 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적의 연구자로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시민권 취득은 고려하지 않았으며, 병역 의무를 해결해야만 했다.
당시 내가 병역 이행을 위해 고려한 두 가지 제도는 주한 미군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카투사(KATUSA)와 공학 석사 학위 취득 후 국내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3년간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였다. 나는 우선 학부 과정 중 영어 성적만으로 지원할 수 있는 카투사에 지원했으나 안타깝게도 선발되지 않았고, 결국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병역을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나처럼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한 채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계획이 있는 남성이라면, 해외 박사과정 진학 전에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군 복무를 하면서 본인의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직군(예: 군사과학기술병, 전문연구요원 등)에 지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박사과정을 마친 후 병역을 이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박사과정 이후 해외에서 생기는 다양한 기회를 병역 문제로 인해 놓칠 위험이 있다.
나에게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병역 의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관심 연구 직무를 직접 경험하며 진로를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한국에서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내 연구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기업, 대학, 국가 연구기관 등이 있었으며, 나는 향후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여 여러 교수님 및 학생들과 교류하며 연구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과학기술원에서 3년간 복무하게 되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연구 및 박사과정 진학에 대한 내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한 분야에서 깊은 연구 경험을 쌓으며 해외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게재하였다. 또한,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면서 해외 박사 과정 진학 전에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석사 후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병역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 경험을 쌓으며 해외 박사 과정 진학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스위스 대학원 지원
복무가 끝날 무렵, 나는 박사과정 연구 주제로 소형 로봇을 다루는 마이크로/나노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양한 학회 및 전시회를 다니면서 이 연구 분야에서 유럽이 독보적인 강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로봇 분야에서 국가적 지원이 탄탄하고 연구 환경이 뛰어난 스위스 대학에 관심이 생겼으며, 평소 논문을 통해 주목했던 연구실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스위스 대학은 두 개의 연방공과대학인 독어권의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와 불어권의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였다. 두 대학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입학 전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각 학교의 입시 시스템에 맞춰 지원을 준비했다.
- ETH Zurich는 개별 연구실과 직접 연락하여 입학 절차가 진행되었으며, 보통 연구실 교수님 및 연구원들과 여러 차례 면접을 거친 후 교수님이 전적으로 입학 허가 및 채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었다.
- EPFL은 미국과 유사하게, 우선 학과에 지원한 후 합격하면 박사학위 지도를 받을 지도교수님 연구실을 찾는 방식이었다. 다만, 학과 지원 전에 연구실에 먼저 연락하여 비공식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후 지원하는 방법도 가능하며, 일부 연구실에서는 학과 지원 전에 면접을 먼저 진행하기도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ETH Zurich와 EPFL 양쪽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으며, 연구 주제가 더 흥미롭고 연구실 규모는 작지만 지도교수님과의 교류가 더 활발해 보이는 EPFL을 선택했다.
유럽/스위스 박사과정 대학원 진학 팁
아래는 내가 박사 입시를 준비하며 경험한 내용과 현재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유럽(특히 스위스) 박사과정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정리한 것이다. 참고로 해외 대학원 입시는 단일 요소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되며, 아래 내용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의견이다.
Q) 박사 지원 시 학부 출신 대학의 수준이 중요한가?
A) 학부 출신 대학이 좋으면 입시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많은 연구실이 각국의 대학 순위표를 참고하거나, 각 나라의 최상위 이공계 대학들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부 출신만으로 입시가 결정되지는 않으므로 최상위권 이공계 대학 출신이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의 성적 관리는 필수적이다. 해외 대학원 지원을 위해 일정 학점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성적이 높을수록 다양한 장학금 지원 기회가 많아진다.
Q) 박사과정 지원 시, 논문 보유가 필수인가?
A) 논문 게재 여부가 필수는 아니다. 본인이 지원하는 연구실과 관련된 연구 논문이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해외 대학원 입시에서 논문 보유 여부는 Statement of Purpose (SOP), CV, 학업 성적, 추천서만큼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물론, 나 같은 경우 전문연구요원 연구 경력을 통해 논문 실적이 있었지만, 면접을 볼 때도 논문에 대한 질문보다는 SOP와 이전 학업내용 그리고 박사과정 중 진행할 연구 주제나 흥미에 대해 질문 받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EPFL에서 박사 입학 허가를 받는 많은 학생들 중에는 논문이 없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러나 학부 시절 연구 경험을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부생 연구원 경험을 통해 연구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을 할 수 있고, 대학원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본인이 연구와 잘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논문이 없더라도 박사 지원 시 CV에 본인이 박사 과정에서 하고자 하는 연구와 밀접한 연구 경험이 포함되어 있다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박사 지원 시 보통 3부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학부생 연구 지도 교수님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면 입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방학기간 동안 생활비 지원이 포함된 다양한 국내 및 해외 대학 인턴십 프로그램들이 있으므로 꼼꼼히 찾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스위스에서 박사과정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스위스 대학의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경험을 쌓고, 현지 교수님의 추천서를 받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에서 열심히 인턴십을 한 후에 우리 지도교수님 추천서를 받은 학생들은 거의 100% 확률로 스위스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하였다.
Q) 박사 지원 시 석사 학위가 필수인가?
A)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에서는 과거에는 석사 학위가 필수였지만, 스위스에서는 점점 이 조건이 완화되는 추세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경우가 더 흔한 것 같다. 지원하려는 학과의 요강을 잘 확인하면 요즘엔 학사 학위만으로도 지원 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잘 확인해보자. 하지만 학사 학위만으로 지원할 경우, 훨씬 더 높은 성적과 연구 경험이 요구될 확률이 높으며, 합격하더라도 박사과정 중 추가 coursework을 이수해야 할 수도 있다.
(Bonus) 스위스 박사과정 관련 추가 팁
스위스에서는 공식적으로 펀딩이 있는 박사 과정 포지션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만약 공고 중 관심 있는 연구 주제가 있다면 아래 웹사이트를 참고하여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ttps://www.epfl.ch/about/working/working-at-epfl/job-openings/
끝맺음
내 경험에 따르면, 스위스의 많은 연구실에서 한국 학생 및 연구자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인 편이다. 한국 연구자들은 잘 훈련되어 있고 예의 바르며, 무엇이든 성실하게 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인식은 학업 및 연구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스위스 대학원 입시에 관심이 있다면 두려움보다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하여 도전해 보길 바란다. 노력한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