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을 꿈꾸는 분들에게: Jena에서의 연구와 삶
유럽 진출을 꿈꾸는 분들에게: 독일 Jena에서의 연구와 삶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Jena에서 학부부터 박사까지 공부하고 있는 오석윤입니다. 현재 GSI Helmholtz 연구소 소속으로 박사과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 진출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독일 Jena에서의 연구 경험을 나눠보려 합니다.
Jena는 광학 연구의 중심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Carl Zeiss, Schott Glass, 그리고 Jenoptik과 같은 광학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이들 기업은 광학 및 포토닉스 기술 개발에서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고 있으며, 반도체, 의료기기, 정밀 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어요. Jena는 또한 Friedrich Schiller University와 Ernst Abbe University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및 포토닉스 연구를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두 대학은 학문적 연구와 실무적 응용을 연결하는 독일만의 강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Jena는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서, EUV 광학계, 3D 이미징, 광학 렌즈 설계, 고출력 레이저 개발, 가속기 연구 등 다양한 광학 기술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특히 바이오 포토닉스 분야에서는 광학 기술을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에 적용하여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광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곳은 매우 매력적인 연구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6월의 어느날 Jena
1. 학부과정과 독일어
유년시절 제 꿈은 항상 ‘과학자’ 였고, 중학생 무렵 아인슈타인의 ‘빛의 수수께끼’ 라는 책을 읽고 빛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물리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대학교 전공을 광학분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기왕 시작한 공부 좀 더 제대로 광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교수님께 광학으로 제일 유명한 도시 및 대학을 묻게 되었고, 그렇게 저는 독일 Jena라는 곳을 알게되어 독일어를 1도 모르던 상태에서 어린 시절의 치기로 무작정 독일 Jena로의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 A1 수준의 독일어를 마친 후 어학을 위해 학교를 자퇴 후 어학코스가 있는 Jena의 옆동네 Weimar에서 어학을 시작했습니다.
Weimar Jakobsplan기숙사에서 바라보던 Weimar 시내 전경
제가 학부를 나왔던 Ernst-Abbe University의 경우 입학을 위해 C1 수준의 독일어 수준과 기업에서의 3개월 가량의 인턴쉽(Vorpraktikum) 과정을 요구했습니다. 다만 제가 학부를 입학하던 시절은 Uni-Assist 와 같은 시스템이 없던 관계로 저는 개인적으로 해당 대학 입학처에 입학을 위한 서류 및 절차에 대해 문의하였던지라 현재의 대학 입학 시스템은 이와 다를 수 있으니 입학 관련 요건들은 개인이 잘 확인해야 합니다.
Weimar 어학원에서 1년간 어학을 통해 DSH독일어 자격증을 따고, 학위 기간 동안 인턴쉽을 하는 조건으로 Ernst Abbe University에 입학 할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학부 과정은 대부분 6학기로 진행되며, 학기당 이수해야할 학점은 30학점이었습니다. 내 전공학위는 Bachelor of Engineering로 공학학사에 해당했고, 그 당시 입학만 하면 당연히 졸업할거라는 생각과 달리 수업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모든 수업이 독일어로 진행되는 어려움 이외에 공대의 특성 상 해야하는 기본 학문들의 난이도와 그에 따른 실험 및 보고서의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입학 때 외국인은 저 혼자였고, 3학기를 지났을 때 친했던 친구들 중 다수가 학업을 포기했고, 학과에 남아있던 학생들 또한 몇 남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당시 몇몇 과목에서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독일의 경우 같은 시험에서 3번 떨어지게 되면 퇴학을 당한다는 중압감과 더불어 당시 군입대를 해야하는 나이었기 때문에 도망치듯 한국으로의 군입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당 기간이 제 독일 유학생활 중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로 기억됩니다.
제게는 어쩌면 쉼 같았던 2년간의 군복무 후 저는 다시 Jena로 돌아와 학업을 마쳐야 했습니다. 독일은 군복무로 인한 휴학의 개념이 없었고, 당시 나는 군 복무를 위해 학교를 자퇴 후 재 입학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입학할 당시의 커리큘럼과 재입학후 커리큘렴이 달라졌고, 입대전 떨어졌던 시험들을 포함해서 복귀 후 학기당 40학점에 가까운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감사하게 Jena로 다시 복귀 후 2년만에 학부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 과정을 통해 제 분야 특히 광학이라는 분야에서 독일인들의 정밀함, 섬세함에 대한 이상하리만큼의 집착과도 같은 열정이 녹아든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제게는 가장 큰 공부였고, 이론과 실습을 매우 긴밀히 연결시켜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방학동안의 인턴쉽을 통해 실제 기업에서 제 전공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었습니다.
학부시절 내게 늘 힘이 됐던 자전거와 자전거 여행
2. 석사과정과 영어
학부 졸업논문을 작성하면서 취업과 석사 지원에 대한 고민을 했고, 광학분야에 대해 보다 물리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와 학부시절 Fraunhofer IOF에서 잠시 일하면서 느꼈던 영어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동 지역에 있는 Friedrich-Schiller 대학의International 코스인 Photonics 석사 과정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부 졸업증 및 성적과 지원동기, 이력서 그리고 공인 영어성적을 필요로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해당 과정에 선정되었고, 약 50여명 그리고 30여개국에서 온 친구들와 함께 석사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국제 감각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해당 과정은 Photonics 분야에 이론적으로 좀 더 깊게 배울 수 있으며, 2학기 부터는 자기가 좀 더 배우고 싶은 분야의 랩이나 교수님을 컨택해 해당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석사 논문을 작성하는 식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석사과정은 한국과 동일하게 2년입니다. 1학기를 마친 후 개별 연구를 위해 인턴쉽을 해야하고, 저는 이 때 Attosecond분야의 Christian Spielmann 교수님께 제 동기 및 이력서를 보내드렸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해당 교수님 밑에서 졸업논문까지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대부분 학부와 비슷하게 강의와 실험 및 실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험 뒤에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International 석사과정의 경우 학부 과정보다는 수월하다고 느꼈으며, 이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영어 실력을 많이 향상 시킬 수 있었습니다.
석사과정동안 LG전자로부터 산학장학생 지원을 받아 2년간의 석사과정을 마친 후 LG전자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30여 개국 5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한 석사과정
3. 독일 박사 과정: 언구와 자율성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서도 광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학문적 갈망은 계속 있었고, 결국 석사때 지도교수님께 연락을 드려 다시 박사과정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중 Funding은 필수적이었고, 이를 위해DAAD 박사 장학생 과정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DAAD 박사과정 장학생에 지원하기 위해 연구계획서 및 학부, 석사 과정의 졸업장 및 학점을 동봉하였고, 운이 좋게도 DAAD 박사장학생으로 선정되어 펀딩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지원한 연구제안서가 GSI Helmholtz 연구소에서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해당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으로 두 곳에서 모두 펀딩을 받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공계의 경우 근로계약으로 독일에서 박사과정으로 일하는 경우 TVöD 에 따른 임금을 받게 되고 일반적으로 50% (주당 20시간)에서 시작해 년차가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 계약의 경우 사람에 따라 또는 연구소에 따라 본인의 연구 외에 별도의 과제들이 추가 되기도 합니다. 만일 장학금과 근로계약 둘다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계약을 통한 급여를 받는 측이 비자 및 독일 생활에 더 도움이 됩니다. 원칙적으로 장학금과 계약을 통한 급여 중복 수령은 불가합니다.
독일의 박사 과정은 매우 자율적입니다. 대부분의 박사 과정은 개별 연구 프로젝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하고 이를 깊이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보통 박사 과정에 지원하려면 석사 학위가 필수적이며, 연구 주제와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때 연구계획서의 경우 지도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연구 방향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 박사 과정은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실험을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크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율성에 비례해 본인에게 달린 책임 역시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도 교수님의 지도 스타일에 따라 연구실의 분위기 또한 매우 다르며, 이에 대한 사전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고민 중이신 분이 계시다면 석사부터 시작해서 여러 랩실도 경험해보고 또한 독일생활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연구장비인 Table Top XUV & EUV및 Helmholtz Workshop 발표
4. 독일의 핵심 연구소와 그들의 연구
Jena에는 대학뿐만 아니라 독일 4대 연구소인 Helmholtz, Max Planck, Fraunhofer, Leibniz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있습니다. 이들 연구소는 각자 중요한 연구를 수행하며, 글로벌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 Helmholtz Association: Helmholtz 연구소는 독일의 최대 연구 조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Helmholtz Institute Jena는 광학 및 양자광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에너지 레이저 시스템과 고출력 광학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GSI Helmholtz 연구소 소속으로 XUV 광원을 활용한 Quantum Ghost Imaging 연구를 진행 중으로, 이를 통해 반도체 검사와 생물학적 샘플 이미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Max Planck Society: Max Planck 연구소는 기초과학 연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뮌헨에 위치한 Max Planck Institute for the Science of Light는 광학, 양자 정보 처리, 나노 광학을 연구하며, 초고속 광학 신호 처리와 양자 광학 기반 통신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이 연구소는 양자 컴퓨팅과 AI 데이터 센터와 같은 응용 분야에서도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Fraunhofer Institute: Fraunhofer IOF연구소는 산업과 학문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광학 기술과 정밀 기기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3D 이미징, 광학 렌즈 설계, LiDAR 센서 개발 등 다양한 광학 기술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 Leibniz Association: Leibniz Institute of Photonic Technology (IPHT)는 생명 과학 및 물리학적 응용을 위한 포토닉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포토닉스와 광 기반 의료 진단 연구가 이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연구소는 광학 기술을 의료와 생명 과학 분야에 접목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5.독일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유럽, 특히 독일로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독일은 연구 기회가 매우 다양하고, 학문적 자율성이 큰 것이 장점입니다. 독일에서는 연구자가 스스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얻을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유럽 국가와의 협력 기회
독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유럽 전역의 연구소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입니다. 독일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자주 주어집니다. 제가 있는 랩실의 경우도 폴란드와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 유럽 각국의 연구소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최신 기술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서로 다른 국가의 기술력과 연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하는 Horizon Europe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소와 노벨상 수상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연구소들은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여러 연구소에서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Max Planck, Helmholtz, Leibniz, Fraunhofer 연구소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들은 양자 물리학, 광학, 생명 과학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일에 진출하면 유럽의 다양한 연구 기관과 협력하여 세계적 수준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독일에 머무르며 최첨단 기술의 발전을 직접 경험하고, 연구 성과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연구 자율성과 지원 프로그램
또한, 독일은 연구에 있어 자율적이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 연구 환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독일의 경우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지원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연구자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DAAD 장학금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유럽의 여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많습니다. DAAD[1]에는 또한 지원 가능한 박사 포지션도 공유하고 있으니 이를 통한 박사 및 포닥지원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서, 다양한 학술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며, 유럽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를 더 깊이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포닥의 경우 훔볼트 재단[2]을 통해 본인의 연구를 위한 연구후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독일에서 내가 전공하는 분야나 관심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방법을 공유 하면, 독일 교수님들 같은 경우 위에서 연급한 4대 연구소에도 함께 소속된 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Fraunhofer Institute[3]나 Max Plank[4] 페이지에서 내가 전공하는 또는 전공하게될 분야를 찾은 후 교수님 또는 그 랩에 있는 포닥에게 연락을 드리는 방법입니다. 교수님들은 보통 바쁘셔서 포닥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독일은 한국보다 훨씬 더 인맥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랩실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학회를 통해 안면식이 있는 경우엔 더 쉽게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유럽 그리고 독일의 연구 생활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제 경험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 도전에 늘 열매가 있기를 응원합니다.
[1] https://www.daad.de/en/studying-in-germany/phd-studies-research/phd-germany/
[2] https://www.humboldt-foundation.de/en/
[3] https://www.fraunhofer.de/en/institutes/institutes-and-research-establishments-in-germany.html
[4] https://www.mpg.de/institu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