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발표된 EU-영국간의 무역협상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 연구자들은 EU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이 법으로 제정되면 양측은 상품에 대해 무관세 무쿼터에 기초한 자유 무역을 유지하고 과학, 기후변화, 핵 및 핵융합 연구, 안보 및 운송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다.
이 합의는 지난 4년 반 동안 브렉시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었던 연구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일 년 내내 이어진 회담 끝에 나온 이 발표는 영국이 2021~2027 기간 동안 955억 유로(95.5 billion)에 달하는 EU의 연구 프로그램, Horizon Europe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는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는 우리 과학자들에게 확실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훌륭한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계속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영국이 과학 초강대국이 되기를 원하지만 과학 협력 측면에서도 초강대국이 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은 이것이 스위스, 노르웨이 및 기타 14개 비 EU 국가들이 현재 Horizon 2020 프로그램에서 EU 회원국들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받는 최고 수준의 "준회원국" 지위를 영국이 Horizon Europe 프로그램 내에서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EU의 수석 협상가인 미쉘 바르니에(Michel Barnier)는 EU의 에라스무스 플러스(Erasmus+) 학생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영국의 참여는 종료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연구 로비 그룹인 Scientists for EU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손실을 “우리 젊은이들의 기회와 그들의 야망에 대한 슬픈 배신”으로 묘사했다. 존슨 총리는 추가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튜링 계획(Turing scheme)'이라고 불리는 대체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4개의 다른 EU 프로그램, 즉 Euratom 핵 연구 프로그램, 세계 최초의 핵융합 시스템 구축을 위한 ITER 프로젝트, 코페르니쿠스 지구 모니터링 프로젝트, EU 위성 감시 및 추적 서비스 프로그램에서 계속 주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단, 국방 분야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국은 갈릴레오 시스템의 암호화된 군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영국은 대규모 지역 개발 및 농업 계획을 포함한 다른 다수의 EU 프로그램에서 제외될 것이다. 브뤼셀은 또한 “민감하고 보안 수준이 높은 프로젝트 또는 계약”에서도 제외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전환 기간이 끝나는 12월31일 이전에 EU와 영국의 합의를 유럽 의회의 승인표결에 부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 표결과 다른 절차를 위한 시간이 필요함에 따라 이 협의는 비준 시한인 2월 28일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될 것이며, 이는 영국이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의안은 또한 회원국들의 철저한 검토를 거쳐야한다.
수년간의 근심
EU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영국의 참여는 협상가들이 해결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복잡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영국 정부는 자국 연구자들에게 수년 동안 Horizon Europe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최근 이 문제에 대한 회담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영국이 집행 방식에 대한 결정권이 거의 없고 EU 회원국이었던 때와 유사한 규모의 연구기금을 받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유럽 연구 예산에 주요한 순 기여자가 될 것을 우려해왔다.
영국 139개 대학의 총괄기구 Universities UK의 비비엔 스텐(Vivienne Stern) 총장은 지난 10월 “재정협상에서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하원의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제 EU-영국의 관계에 대한 미래협상은 영국의 준회원국 지위에 대하여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다만 자유 무역 협정의 전문이 발표되지 않아 영국이 참여하는 정확한 범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가능한 가장 긴밀한 과학적 협력 보장을 위한 세부 계획을 기대하고 있다”고 왕립 학회의(Royal Society) 에이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 회장은 말했다. 그는 “이제 초점은 EU 과학 기금 프로그램에 적절하게 참여하기 위한 공정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보장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참여 지연은 영국 과학계에 피해를 줄 것이고, 지연될 경우 정부는 우리의 과학 기반인 세계적 수준의 자산을 보호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스미스 회장은 말했다.
목요일 오전에 유출된 정부 문서는 영국이 "제3국"의 지위로 계약 달성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에 대한 "새로운 협의"를 이루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영국이 한 때 EU 연구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 있어 다른 비 EU 국가보다 더 큰 발언권을 가져야한다고 제안하면서 훨씬 더 야심 찬 합의를 모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정부는 영국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이 받은 보조금 보다 Horizon Europe 프로그램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경우 이를 보정하기 위하여 "하향 수정 메커니즘"의 형태로 "안전망"을 달성하려는 계획을 제시했었다. 유출된 정부 문건은 영국이 이러한 협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최고의 과학자들은 2016년 국민 투표 이후 EU 연구 자금 뿐 아니라 유럽 연구자들과의 관계 약화에 대해 걱정해왔다. 만약 갑자기 EU Horizon 연구기금 사용이 중단된다면 매우 적은 수의 외국 연구자들만이 영국에 머무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연구에 대한 협상 실패는 신속한 대체 프로그램 마련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영국은 자체 계획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EU 프로그램의 명성과 그 경쟁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말한다.
결단
정부의 관료들은 무역상품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를 피하고자 런던과 브뤼셀에서 격렬한 회담을 벌이며 2020년을 보냈다.
협상이 결렬되자 분석가들은 영국이 공식적으로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을 탈퇴하는 1월 1일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브뤼셀의 가장 큰 우려는 영국 정부가 웨스트민스터의 입법을 통해 탈퇴 합의의 일부를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했고, 이로 인해 올해 신뢰가 이미 약화된 상태인 영국이 약속을 어긴다면 미래의 분쟁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 배경에는 북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다준 1998년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EU-영국 무역 협정에 대해 경고한 조 바이든(Joe Biden) 차기 미국 대통령이 있다.
양측은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는 협상을 극도로 경계했다. 영국 수역 접근권과 이른바 비즈니스를 위한 공정 경쟁 환경, 이 두 사안은 12월까지 지속된 진부한 문제였다.
공정 경쟁 환경은 EU의 새로운 경쟁자, 즉 영국이 EU 시장 진입과 관련된 장기적인 도전을 관리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EU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쪽도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메커니즘에 영국이 서명하기를 열망해왔다.
전염병 사태가 불러온 엄청난 혼란과 이미 씨름하고 있는 기업, 정부 및 연구소는 협상가들에게 계획을 공개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할 준비를 하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회담 내내 마감일이 오고 갔지만 결국 관리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1년간의 정치적인 포커게임 끝에 양측은 결단을 내리고 합의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