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존 유럽(Horizon Europe)은 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연구자들과의 연구협력을 지향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과학 강대국들의 참여를 유인하는 유연한 제안 없이는 이러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몇몇 비 EU 정부, 특히 영국, 캐나다 및 일본은 EU의 차기 연구 프로그램에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호라이존 유럽의 개시일이 5개월 후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들은 여전히 EU집행위가 회원 조건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호라이존 유럽의 참가를 고려하는 비 유럽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회원자격 획득을 위한 조건을 확인해야 하며, 이 확인이 연말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국가들은 재정적으로 가입준비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OVID-19 위기로 인한 심각한 예산 압박은 호라이존 유럽에 참여 자금을 결정하려는 국가 의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U 측 회담 관계자는 호라이존 유럽 회원자격에 대한 제3국들과의 세부 협상이 2021년까지 시작될 가능성이 낮으며, 하반기 이전에는 상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집행위는 현재 진행 중인 EU-영국 브렉시트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3국들의 프로그램 참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기다림은 이미 2년 반 동안 지속되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제3국들의 호라이존 유럽 참여 관련 협의에 진전이 없는 이유가 준회원이 될 국가가 프로그램에 참여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참여할 의사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상이 가을까지 지속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볼 때, 연말까지 제3국의 호라이존 유럽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상세 조건이 공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영국의 생명의학 연구자선단체인 웰컴 트러트스(Wellcome Trust)의 정책 및 법률 매니저인 마틴 스미스(Martin Smith)는 브렉시트 회담의 결과가 다른 모든 국가들에게 협의 기준을 제공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EU는 호라이존 유럽에 참여할 다른 경제대국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국와 EU가 현재 무역 관련 협상에서 교착상태에 빠져있지만, 영국의 호라이존 유럽에 대한 협의는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며, 그 협의의 중점은 진입 조건에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 칼리지 대학교(London College University)의 연구처장인 그래엄 레이드(Graeme Reid)는 그의 블로그에서 “양측이 영국의 호라이존 유럽 프로그램 참여에 동의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영국과 EU의 향후 관계를 재정립하는 협상은 매우 고된 작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영국과의 회담이 모든 사안에 대한 논의를 보류시킴으로 인하여 준회원 자격 조건의 핵심 부분이 미정으로 남아 있어 임시 초안 도출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호주,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및 뉴질랜드는 집행위가 완전한 파트너십의 가능성을 제기해온 부유한 비 EU 국가들 중 일부이다. 집행위 대변인은 회담 진행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2021-2027 프로그램의 강화된 개방성은 유럽 이외의 국가가 프로그램에 대한 준회원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며, 이는 이 국가들의 연구자들이 회원국 연구자들과 동일한 조건 하에 EU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7개 EU 회원국 외에 스위스, 노르웨이, 이스라엘,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16개 비 EU 국가가 현재 준회원 자격으로 Horizon 2020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시기와 비용
비(非) EU 국가 관리들은 호라이존 유럽 참여 관련 협의와 관련 법적 절차가 프로그램의 개시 이전에 완료되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국가들의 정치인들은 합의 내용을 승인하기 전에 이를 상세히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협상 관계자들은 각국의 승인에 소요되는 시간이 EU가 제시할 자금 약정에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EU가 제안한 내용은 행정비용 수수료 지불과 비회원국이 참가비용 보다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스미스는 비(非) EU 국가를 손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동등한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일방적인 시스템이 영국의 호라이존 유럽 참여를 포기하기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당 시스템은 EU의 이익을 보호하지만, 비(非) EU 국가들에게는 도박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전 영국의 EU 프로그램 참여 결과는 향후 재정적 수익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지만, EU 프로그램에 새롭게 참여하게 될 호주나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이러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스미스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EU 연구 프로그램에서 전과 같은 성적을 얻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이후 EU의 보조금 지분이 급감했다.
지난주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와 영국 대학연합(Universities UK)은 영국과 유럽 전역의 100개 이상의 조직과 개인이 함께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상호주의적인 시스템 등의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잠재적인 타협점들을 제시했다. 해당 성명의 서명자 명단에는 전 EU 연구 집행위원인 카를로스 모에다스(Carlos Moeda), 노벨상 수상자이자 런던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 소장인 폴 너스(Paul Nurse),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인 파스칼 레미(Pascal Lamy)들이 포함되었다.
호라이존 프로그램 관련 회담의 또 다른 이슈는 영국이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경우, 호라이존 유럽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정의하는 종료 조항이다.
EU측 회담 관계자는 영국이 호라이존 유럽 프로그램에 참가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다른 관심 국가들과 라이벌 연구자금지원기구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번 표명했다.
법적 그리고 계약상의 문제로 인해 과거에 일부 비(非) EU 대학과 연구기관이 EU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EU 프로그램이 공식적인 제휴 작업을 추진하기에는 유사한 미국 프로그램과 법적 및 행정적인 부분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득(得)보다 실(失)?
호라이존 유럽을 위해 제안된 예산의 대대적인 삭감으로 인해 프로그램에 대한 비(非) EU 국가들의 참여 의지가 약화되었다는 우려도 있다.
2018년 6월, 집행위는 호라이존 유럽의 운영을 위해 941억 유로의 R&D 예산을 제안했다. 그러나 팬더믹 이후 국가의 회복을 지원하는 부양자금 확보를 위해, EU 정책결정자들은 최근 연구예산을 890억 유로로 축소하였다.
또한 제3국의 정책 관계자들은 EU 내 “기술적 주권”에 대한 논쟁의 심화를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EU 수준의 정책들에서 보이는 것은 유럽 대륙의 기술 독립을 독려하는 정책결정자들의 정책 의도이다. 이는 EU와 비 EU 국가들 사이의 기술 협력 기회가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호라이존 프로그램 관련 협상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는 프로그램의 혁신연구 지원수단이다. 일부 회원국은 EU 국가만을 위하여 대담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지원수단인 유럽혁신회(European Innovation Council)를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또 다른 이슈는 비(非) EU 국가들이 EU의 일회성 코로나 바이러스 부양기금 구성에 동참할 지 여부이다.
제3국들이 호라이존 프로그램 일부에서 제외되면, 이들은 결국 참가비용을 낮추고자 하거나 참가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집행위가 제휴에 대한 조건을 완화하려는 동기는 비(非) EU 국가가 가져올 추가 자금이다. 현재 참여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의 상당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EU는 약 20%의 추가 자금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