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환경 속 아이들의 언어습득능력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서구의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연구들이 대대적으로 수행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언어들과 상황들에 적용 가능한 단일 인지과정 모델의 발견은 아직 요원하다.
취리히 대학 ACQDIV언어연구소의 소장 사빈 스톨(Sabine Stoll)은 “우리는 아직도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개별 언어들에 내재된 패턴과 습득과정을 독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녀는 어떤 환경이 언어습득에 영향을 주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CQDIV 프로젝트는 언어들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비교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는 7000개에 이르는 언어들의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총 12개의 언어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스톨은 이 12개의 언어들이 갖는 공통의 습득 메커니즘과 환경 요소들의 발견이 모든 언어들에 적용 가능한 단일 모델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다수의 다양한 언어들의 문법 학습 패턴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그들이 들은 말을 이해하기 위해 항상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들의 문법 체계 구축은 상호작용 및 통계적 학습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특정한 주제에 대한 짧은 대화 속에서 같은 단어를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이 대화 속에서 해당 단어를 식별하고 이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 단어가 사용될 수 있는 다른 문장들을 학습하는데 기여한다.
이는 언어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인 프레임(frames) 즉, 대화 내 특정 단어들의 반복적인 패턴과 동일하다. 이 프레임 내에서 아이들은 상호작용과 통계적 학습을 통해 특정 단어의 문법적 특성을 유추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명사, 동사 등의 문법적 요소들을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스톨은 이러한 학습 패턴이 12개의 샘플 언어들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데이터 베이스의 지속적 구축
ACQDIV 프로젝트가 선정한 12개의 샘플 언어들은 비주류 언어들도 포함한다. 많은 언어들이 소수 언어이며, 특정 언어들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해당 연구 결과가 더욱 유의미한 이유이다. 왜냐하면 언어습득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들을 종종 이러한 소수 언어들의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톨은 이 연구를 기준으로 향후에는 연구자들이 기존의 편향된 언어 샘플에 기초한 일반화 연구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ACQDIV 프로젝트는 2019년 8월에 종료되었으나, 스톨은 그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해왔다. 프로젝트의 데이터베이스는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연구의 초점은 아이들의 언어습득과정을 ACQDIV 프로젝트가 개발한 모델을 통해 분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립연구역량센터(NCCR)의 학제간 컨소시엄 Evolving Language의 탄생에도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