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유럽의 연구자 및 정책입안자들은 EU가 전 세계 국가들과의 연구혁신 협력을 확대하기 전에 저소득 회원국들의 국가 시스템 강화를 위한 지원을 우선할 것을 요구함.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우선 먼저 유럽과학을 다시 위대하게(great again) 만들고, 제3국에 개방하자”고 마테우즈 가진스키(Mateusz Gaczynski) 폴란드 과학고등교육부 혁신개발 부국장이 주장함.
최근 폴란드는 해외활동 연구자 유치를 위한 응용연구소 및 관련기관의 네트워크 구축을 포함하는 국가 연구혁신 개혁법안을 통과시킴. 이를 통해 인재유출을 막고 Horizon Europe에서의 폴란드 활약을 제고하려는 목적이 있음.
가진스키 부국장은 제3국에의 개방 없이는 EU 과학혁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그는 외부로 관심을 갖기 전에 EU가 유럽의 문제에 대해 우선 집중할 것을 원함.
다른 중․동유럽 연구자 및 대학에서도 위와 같은 관점이 공유되고 있음. 대부분 미래전략의 일환으로 EU가 세계와의 연구협력에 적극적인 투자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EU 역내 고소득-저소득 국가 간 혁신격차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함.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마르친 팔리스(Marcin Palys) 총장은 유럽이 국제 과학협력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세계로부터 우리가 고립되어서는 안될 것”이라 언급함.
그러나 여기에는 주의점이 있음. 예를 들면, 호주나 일본이 EU 연구자들에게 연구실을 개방하는 것과 같은 호혜적 협력은 수용할 수 있음. 마찬가지로 EU집행위가 제안한 준회원국 참여로 제3국이 EU 연구예산을 분담하여 공고에 참여하는 방안 역시 중․동유럽 국가들은 받아들일 수 있음. 하지만, 이들은 EU기금이 제3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또한 국제협력이 유럽 역내 결속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함. 이는 이미 부유한 유럽국가로의 인재유출을 경험하고 있는 중․동유럽 국가의 우수 연구인력이 EU 과제를 통해 캐나다나 미국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임.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나, 회원국간 예산분배는 건실한 국가 과학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부유한 국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 국가시스템 조직 및 예산지원 기반이 약한 국가의 연구자들은 EU 프로그램이 과학 우수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예산분배의 편향성 해소 노력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함.
헝가리과학원 생태연구소의 안드라스 발디(Andras Baldi)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유럽 국가간)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EU 밖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함. 그는 EU가 기후변화 및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해외활동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재정지원 측면에서 EU 역외에 완전 집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힘.
다른 이들은 유럽의 연구혁신을 보완하는 국제협력, 특히 EU회원국이 주도하는 과제는 장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함. 중부유럽기술원(CEITEC) 마르쿠스 데텐호퍼(Markus Dettenhofer) 원장은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된 분야에 대한 유럽의 우수사례를 개발하는 기능으로” Horizon Europe의 국제협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며, EU가 연구혁신 분야에서의 “세계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임.
바르샤바 대학 팔리스 총장에 의하면, EU는 제한된 예산으로 제3국과의 시범 프로그램을 먼저 운영하여, (상쇄 메커니즘을 통한) 국제협력이 실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함. 또한 그는 “제3국으로의 예산유출 위험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함.
또 다른 방안으로 EU 프로그램 자금을 지원받는 제3국으로부터 EU로의 투자를 요구하는 상쇄 메커니즘 도입을 고려할 수 있음. 팔리스 총장은 이 시스템은 이미 방위협력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루마니아와 같은 국가가 미국으로부터 군사장비를 구입하고 미국 방위산업체가 루마니아에 투자하는 사례를 설명함.
지난해 Horizon Europe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조사위원인 댄 니카(Dan Nica) EU의원은 차기 프로그램의 모토는 “유럽 우선(Europe first)”이라고 밝힌 바 있음. 현재 Horizon Europe 예산 삭감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그는 아마도 EU가 해외와의 공동연구에 대한 “야심”을 접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함. 니카 의원은 “국제협력 예산이 줄어들고 EU회원국에 대한 연구비지원이 우선시 될 것”이라 밝힘.
지난 11월 EU회원국간 예산협상 난항에 대한 루머가 돌면서 니카의원은 위와 같이 발언함. 일부 국가들은 예산 축소를 주장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은 결속기금(cohesion funds) 및 농업지원기금의 일부를 연구혁신 예산에 투입하는 EU집행위 계획에 반대함.
하지만 모두가 이 방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님. 류블라냐 대학 이고르 파피치(Igor Papic) 총장은 Horizon Europe이 국제협력을 축소하고 회원국간 혁신격차 해소에 집중하는 방안이 적절치 않으며, 기존 제안된 연구혁신 예산 전체를 유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함.
그는 “더 큰 우려는 Horizon Europe 예산 감축을 위한 시도에 있다”며, “국제협력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함.
연구혁신 프로그램은 현재의 예산분쟁에 의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 Horizon Europe의 공동 조사위원인 독일 크리스티안 엘러(Christrian Ehler) EU의원은 차기 연구혁신 프로그램에 제안된 940억 유로 예산에서 120억 유로가 삭감될 것을 최초로 발표한 바 있음.
출처 : SCIENCE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