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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C 서포터즈] 나의 유럽진출 경험담 – 이보연(영국/AI)

  • 작성자 profile_image최고관리자
  • 날짜 July 07. 2025

본문

처음부터 해외 박사가 Plan A는 아니었다.

영국에서 디자인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서비스디자인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Design researcher, User researcher, Service designer 등 포지션이 있는 곳이라면 채용공고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어디든 망설이지 않고 컨택했다. 덕분에 2016년 여름에는 호주와 홍콩에 오피스가 있는 서비스 디자인 기업에 일주일간 초대받아 클라이언트와 같이 디자인 스프린트 워크샵도 했고, 같은 해 겨울에는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혁신으로 유명한 미국의 병원, 메이요 클리닉과도 인터뷰를 했지만 해외 취업은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1년 동안의 실패기간 동안 자존감은 낱낱이 깨졌고 지금 해외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건 내 욕심인가 싶기도 했다. 어쩌면 영어도 부족한 마당에 운이 좋아 해외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막상 업무를 시작했을 때 동료들에게, 클라이언트에게 민폐만 끼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걱정도 들었다. 디자인 연구원으로 해외 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과 박사과정을 통해 디자인을 연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란 걸 잘 알지만 박사를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플랜 B로 박사 포지션과 지원방법을 알아보고는 있던 차 였다. 단, 지원하는 박사의 조건은 두가지였는데, 첫째로 장학금을 주는 박사학위 일 것, 그리고 연구분야가 내 관심사와 같을 것이었다. 

장학금을 주는 디자인 박사 포지션이 있어?

관심 연구분야가 상당히 관대한 편이었던 나는 사실 왠만한 디자인 연구는 다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디자인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부터, 디자인 정의 (Justice)에 대한 담론 연구 등 어느 연구 든 재미있게 들렸기 때문에 일단 장학금을 주는 디자인 박사과정 공고는 다 지원했던 것 같다. 어느 나라로 갈 것이냐 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는데, 일단 박사를 시작하면 적어도 3-4년은 좋든 싫든 그 나라에 거주하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나라 역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이러한 이유로 호주나 뉴질랜드는 다른 나라들 이랑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제외했고, 이와 별개로 GRE를 보기 싫다는 단순한 이유로 미국 대학교 역시 제외가 되었다. 지원 당시 조금 찾아본 결과, 영국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박사 장학금을 NON-UK/EU Citizen에게 주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었기때문에 영국은 제외하고 유럽에 있는 학비가 무료인 학교 위주로 알아보았다. 첫번째 지원했던 박사과정은 서류 합격 후 인터뷰에서 광탈했던 Service Design for Innovation Network (SDIN)이라는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서비스 혁신이 프로젝트의 목적인, 마리퀴리 (Marie Skłodowska-Curie Grant Agreement)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European Horizon 2020 Research and Innovation Programme의 한 꼭지에 있는 포지션이었다. 프로젝트는 크게 3개의 연구주제 (혁신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프레임웤과 방법, 이해관계자 참여 증대를 위한 디자인, 서비스 시스템과 가치 네트워크를 디자인)로 구성되어 있으며 펀딩 기간 내에 각 연구 주제 당 3명 씩 총 9명의 디자인 박사생이 유럽 내 각 대학에 고용되어 각기 다른 주제의 연구를 진행하고, 유럽 서비스 산업과 학계에 기여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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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테마 별 3명의 박사생이 고용되어 전체 9개 연구 프로젝트 진행 (2016년 SDIN 홈페이지)

자괴감이 맨틀을 뚫고 지구의 핵을 치고 왔던 박사지원 광탈의 흑역사

박사생은 순차적으로 선발했는데, 내가 지원할 당시 (2016년 2월)에는 customer engagement/ co-creation에 대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박사생을 채용하던 차였다.  박사학위에 합격할 경우 독일 쾰른 대학교 (University of Cologne) 의 학교 직원으로 등록되고, 네덜란드 마스트리트 대학교  (Maastricht University)의 박사생이 되어, 마스트리트 대학교에 계신 교수님과 쾰른 대학교에 계신 교수님께 논문 지도를 받게 되는 형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대학교는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면 학교의 직원으로 등록이 되기 때문에 월급을 받으며 학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연구 기간 동안 학비는 무료이며, 쾰른 대학교에서 월급을 받게 되는데, 당시 환율로 세금 제외 한화로 300만원 정도 받게 되는 감사한 기회였다. 지원 프로세스는 꽤나 간소했는데, 이력서, 포트폴리오, 추천서 2장, 학부, 석사 졸업 증명서와 Motivation Letter 였다. Motivation Letter는 2 페이지 내외라고 해서 최대한 간결하게, 하지만 흥미를 끌만하게 작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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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페이지 분량의 motivation letter

작성하고 보니 총 6단락정도로 구성되었는데, 첫 단락에는 어느 포지션에 지원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두번째 단락은 나의 education/industry 백그라운드와 박사 진행 역량에 대한 내용, 세번째에는 연구주제에 왜 관심이 생겼는지 과거 경험을 바탕을 들어 설명하고, 해당 연구가 왜 중요한지 연구 배경에 대해 기존 연구를 뒷받침해서 설명했다. 네번째에는 연구 aim 과 objectives를 설명하고, 다섯 번째 단락에서 해당 objectives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방법들에 대해 나열했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통해 예상되는 academic/industry contribution에 대해 작성하고 인사말과 bibliography로 지원서를 마무리했다. 데드라인에 맞춰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몇 일 후 Skype Interview 가 잡혔는데, 해당 박사과정을 지도하실 교수님 두 분의(네덜란드와 독일) 참석 하에 진행이 되었다. 가장 핵심을 찔렀던 질문은 박사 연구를 어디에 퍼블리시할지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나름 아는 저널들을 답하긴 했지만, 당시의 나는 Impact factor라던가 ABS (The Chartered Association of Business Schools) 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시기라 좋은 저널들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었다. 또한 해당 연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저널 페이퍼들을 읽어왔더라면 응당 알 수 있을 법했던 서비스디자인 저널들에 대해서도 무지했었다. 당연한 결과였겠 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말아먹고 광탈한 후 자괴감이 또 맨틀을 뚫고 내려가서 지구의 핵을 치고 돌아오는 경험을 했다. 

 

두번째 박사지원 흑역사는 같은 해 가을에 광탈했던 핀란드 알토 대학교 (AALTO UNIVERSITY) 였다. 알토대학교는 헬싱키에 있는 꽤나 유명한 디자인 대학으로, 박사로 갈만한 학교 순위안에 늘 들어있었다. 예외적인 박사 공고가 뜨는지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차에 디자인 대학에서 학비 무료에 월급이 지급되는 5개의 박사 포지션이 올라왔다. 2개는 Fine art 와 Fashion Design 분야라 내 관심주제와는 거리가 있었고 나머지 세개는 디자인 영역에 있는 주제였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박사 ‘Doctoral student position in Design for sustainability’, 디자인 주도의 공공분야 개발 박사 ‘Doctoral student position in practice-based research on Design Driven public-sector development’, 그리고 마지막이 당시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나 매우 난감했던 평등과 정의를 위한 디자인 박사 ‘Doctoral student position in design for equality and social justice’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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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학교에서 올라왔던 평등과 사회정의를 위한 디자인 박사생 공고. 장학금 지원 박사 연구계획서 작성시 포지션 공고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너무도 당연하다.

평등, 사회정의, 디자인 이라니.. 지금이야 유럽에서 이러한 주제들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어와서 놀랍지도 않고 오히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가 되어서 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를 회상해보면 내가 너무 대한민국이라는 천박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오래 귀속되어 있어서 그런 가, 이런 돈도 안될 것 같은 연구는 왜 하지 싶다가도, 이렇게 돈도 안되는데, 연구 주제로 정하고 무언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려는 시도가 또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저렇게 애매모호한 주제의 연구계획서는 도저히 작성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디자인 주도의 헬스케어 공공분야 개발 박사로 지원했는데, 연구계획서를 쓰면서도 이건 떨어지겠다 싶었다.


일단 핀란드의 공공 헬스케어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이해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연구 계획을 작성하려고 하니, 급조된 느낌이 강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디자인 대학에서 5명을 뽑는다는 공고였는데, 실제 선발된 인원은 3명이었고, 한명은 이미 알토대학교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친구가, 다른 한명은 알토대학교에서 막 석사과정을 마쳐서 이미 해당 디자인과 교수님들과 안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친구가, 그리고 나머지 한 명만 백그라운드가 알토와 무관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10월 중순이 데드라인이었는데 11월 15일 연구 시작하는 일정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미 내정자를 두고 진행했던 프로세스였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정말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일정이 수정될 수 있었겠지만, 비자발급에 최소 2-3개월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외국인은 채용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그렇게 씁쓸한 상태로 겨울에 접어들어 추워지는 날씨만큼 좌절하고 있던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실직 통보를 받았다. 박사가 더 간절해지고 있던 차에 우연히 검색 중 영국 랑카스터 대학교에서  IoT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관련 디자인 연구할 박사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2개 분야에 대해 각각 1명씩 찾고 있는데 학비는 전액 지원되면서  3.5년 동안 Stipend (생활비) 도 같이 지원되는 Design PhD Studentship이었다. 게다가 학교는 디자인 연구로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인 랑카스터 대학교였고, 지도교수는 디자인 학계의 거물 교수님 이었던 것.


 


이건모 김건모.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관심있다고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짧은 스카잎 인터뷰로 나의 존재를 알렸다 "교수님-저 한국에 있는 NON-EU학생인데 저도 학비지원 해당되나요?" "어, 되지. 관심있음 한번 지원해봐. 1월 말 까지야" 


 


오-! 왠 일-


 


당시만해도 영국이 유럽연합 공식 탈퇴 전이라 영국의 장학금이 나오는 박사과정은 대부분 영국시민이나 유럽 시민권자 학생들에게 국한되어 있는 것이 많아서, 나에게 그 기회가 돌아오는 것은 정말 희박한 확률이었다. 어쨌든 12월 말 퇴사준비를 하면서 1월 첫째 주 주말에 IELTS 시험 보고 1월 말까지 나머지 3주 동안 제출할 Proposal 을 준비했다. 


3주 동안 박사 연구 지원서 작성 제출

박사 학위 논문은 특정 분야에서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입증하는 체계적인 글쓰기이다. 성공적인 박사학위는 내 주장이 기존 학자들이 쌓아놓은 이론에 기반하지만, 기존에 없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이 과정은 매우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하다 라는 것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실제 박사를 진행해보지 않은 지원자들에게는 어느 정도가 박사과정에 적합한 scope이고 실현 가능한지 감을 잡기 어렵지만, 머리를 싸매고 고심해보면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출 수 있다. 랑카스터 대학교는 박사 지원서 포맷이 있었기 때문에 문서를 다운받아서 형식에 맞춰서 작성, 제출했다. 나는 지원 대학교, 교수님들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프로포절 작성에 있어서 지도교수님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친분이 있는 박사 오빠와,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프로포절을 제출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같은 프로젝트에 나와 같이 뽑힌 박사동료는 지도 교수님에게 먼저 지원해보라는 연락을 받았고, 프로포절 작성을 같이 했다고 들었다.) 몇 주 후 첫번째, 두번째 지도 교수님이 참여하는 인터뷰에 초대되었다. 30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10분 정도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기소개를 진행하고, 나머지 20분 정도는 연구 프로포절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 나지만 질문들은 이를테면, 사물인터넷 디자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연구할만한 인재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교수님들께 깊은 인상을 준 느낌은 없었지만, 운이 좋았는지 인터뷰 본 바로 다음날 이메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공룡 프로젝트에 낀 박사생 나부랭이

내가 받은 학교 펀딩은 EPSRC (Engineering Physical Science Research Council) 의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PETRAS와 Matching funding* 으로, 장학금의 출처는 EPSRC이지만 문서상으로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박사 장학금이었다. 장학금은 3.5년 동안 매년 학비, 생활비 (Stipend) 와 기타 연구비 (£ 800) 를 포함하고 있었다. 생활비는 매월 £ 700 정도였는데 (2017년 기준), 이는 장학금에서 NON-UK/EU 시민에게 부여되는 더 높은 학비를 제외하느라 영국, 유럽 학생들이 받는 생활비의 반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때문에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오퍼받았을 때에 부족한 생활비 부분은 Self-funding으로 하겠다는 확답을 요구 받았다. PETRAS는 영국에 있는 9개의 대학과 30여개의 기관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5개 이슈 (프라이버시와 신뢰, 경제적 가치 창출, 안전과 보안, 수용성과 채택, 표준, 지배구조와 정책)와 관련한 연구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하게 되는 프로젝트였다. 내가 진행해야 되는 연구는 경제적 가치창출과 연관이 있었는데, 프로젝트 기간 내에 연례 워크샵이나 세미나 참여 같은 활동을 통해 같은 컨소시엄에 있는 대학교 교수님들, 연구원들과 네트워킹 기회가 꽤 있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덜 고립된 연구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연구 초반에 IoT에 대한 이해를 위해 지도교수님께서 UCL, Lancaster University, University of Edinburgh 에 계신 다른 교수님들을 연결시켜 주시기도 하셨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에 따라오는 박사 장학금을 받게 될 경우,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KPI (핵심성과지표) 를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의 경우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해야 하는 부담은 없었다. 단지 교수님께서 페이퍼 퍼블리케이션에 대한 언급을 아주 종종 (박사를 시작한지 2개월 된 시점부터) 주셨으며, 연구 관련 모든 비용은 프로젝트에서 지원될 수 있게 해 주셨다. 이렇듯 지도교수님들은 내가 그저 박사 연구에만 오롯이 신경 쓸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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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시 랑카스터 적응기

학생 비자를 발급받고 7월 박사 시작일에 맞춰서 영국 만체스터로 입국해서 기차로 1시간 거리의 랑카스터에 도착했다. 작은 기차역 옆에 자리잡은 고풍스러운 랑카스터 성 (Castle) 이 아기자기한 영국 시골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랑카스터는 영국 북서지역에 있는 대학도시로 1000년 된 랑카스터 성과 작은 대성당이 있지만 (영국은 성당의 유무로 도시 자격이 결정된다) 5분 안에 시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지방도시이다. 랑카스터 도착 후 며칠 지나지 않아서 지도교수님과 미팅이 있어서 학교를 처음 방문했다. 영국에 몇 안되는 캠퍼스가 있는 학교였고, 캠퍼스의 끝과 끝이 1 km 거리로 꽤 큰 규모의 종합대학이었다. 디자인학과가 있는 Lancaster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LICA) 건물은 캠퍼스의 가장 북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디자인 학과는 다양한 디자인 분야 (Sustainability, Design fiction, Design management, Design policy, Urban design, Co-design 등) 를 연구하시는 Professors, Senior lecturers, Lecturer 들이 있어서 디자인 연구에 있어서 잘 알려져 있는 대학 중 하나이다. 


 


많은 디자인 연구자들에 둘러 쌓인 환경에서 연구에 대한 부담감, 설레임과 함께 마음 속 그 어딘 가에서 30대 중반에 아무도 없는 이 작은 시골도시에서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생전 처음 멘탈을 흔드는 또 다른 힘든 경험이었다. 집을 찾고, 생활이 어느정도 안정되어갈 때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딴 곳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외로움이 찾아왔다. 내가 조금 더 어릴 때 왔더라면, 내가 간 곳이 런던처럼 대도시였다면, 가족과 함께 왔다면, 이러한 가정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첫 6개월 간 학교와 NHS의 mental health service 를 신청해서 상담도 받고, 힘들 때마다 런던에 가는 등 어쨌든 간에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좋은 친구들이 생기고 이러한 어려움은 많이 사그라들게 되었다. 


우연히 알게 된 또 다른 장학금 기회

2017년 7월 1일 박사를 시작한 후, 부족한 생활비 부분은 자비로 어느 정도 충당하고 있었지만, 박사 지원 조건 중 하나였던 내돈 쓰지 않기가 오롯이 충족되지 않아서 이 부분에 있어서 또 다른 장학금을 계속 알아보고 있었던 차였다. 동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 계시는 박사님과 연이 닿아 연락을 종종하고 있었는데 그 박사님께서 RADMA (Research and Development Management Association) 라고 하는 영국 장학재단에서 주는 Doctoral Studies Programme 장학금을 추천해주셨다. 본인도 받으면서 공부하셨다고 하셔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을 훑어 봤는데 지원자격이 너무나 너그러운 장학금으로, 기존에 장학금을 받는 사람도 중복 지원이 가능하고, 국적 불문 장학금 신청이 가능했다. 이 장학금은 R&D Management 박사 연구를 지원하려고 하는 사람 혹은, 지원 시점에 박사 과정을 이미 하고 있는 연구 역량이 뛰어난 학생에게 지원하는 펀딩으로 학비, 생활비와 각종 연구비 포함 연 최대 £ 22,264 (런던 외 지역) 이나 £ 24,263 (런던 지역) 를 지원해주고 있다(2023년 기준). 풀타임 박사생의 경우 최대 3년 동안 장학금 신청이 가능하고 매년 2월 말 지원 마감해서 7- 8월 사이 합격자 발표가 나는 일정이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여러모로 조건이 부합하길래, 지도교수님께 말씀드리면서 이 장학금 지원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말씀드리니, "아- 내가 여기 Trustee 였는데, 내가 추천서 써주면 또 고려될 수도 있으니까 꼭 지원해라" 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셔서 축축하고 춥고 어두운 2월의  Northwest England 에서  박사 연구는 중단한 채 한달 동안 지원서 작성에만 열을 올렸다. 추가 장학금이 절실해서 주말 이틀을 모두 반납한 건 너무나 당연했다. 제출 서류는 CV, 지원서, 박사과정 합격증명서, 추천서 등이었다. 아마 기본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경우 (박사입학이 결정된 상황이라면) 장학금 수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문서는 지원서인데, 그 평가기준은 1) R&D management 에서 정한 연구 주제에 해당하는 연구일 것 2) 연구 프로포절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지원서의 수준. 혁신 수준과 연구 수준 3) 수퍼바이저와 대학의 저명도 4) 지원자의 수준 5) 연구의 실무 연관도로 다섯가지가 있었다.


 


장학금을 지원받기 위한 연구는 RADMA가 정의하는 R&D Management의 네가지 주제 중 하나에 해당해야 했는데 아래와 같다. 


Management of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activity within firms and public bodies;

Determinants of performance in research, development, product design and innovation;

The interaction of organisation-wide processes such as strategy formulation and human resources with R&D;

The relationship between organisation-level activities and performance, and national and regional innovation systems or technology, science and industrial policies.

 


네가지 주제 중 내 연구는 사물인터넷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가치창출이라는 주제로 두번째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었다. 지원서는 다섯가지 상위 항목 아래에 몇 몇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세부 항목은 글자수나 페이지 수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으며, 이를 초과하여 작성할 경우 심사과정에서 탈락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Personal details: 지원자의 이름, 연락처, 및 기존 지원서 제출 여부 

Details of University of institution where the doctoral programme will be undertaken: 박사학위를 진행할 대학교와 학과명, 주소, 수학 기간 

Resources: RADMA에 요청하는 비용으로 각 년도 별로 얼마의 비용이 어디에 사용될 것 인지와 비용에 대한 당위성, 다른 장학금 수여 여부 

Research Proposal: 박사 논문 제목, 연구 요약, 연구 질문과 문제, 연구 방법론과 디자인, 연구의 결과물 (수혜자와 실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Research support and environment: 논문 지도 방식, 윤리 문제, 연구 트레이닝과 지원, 연구 환경, 관리와 모니터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