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을 마친 이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박사과정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테크네튬(Tc)의 환원 조건에서의 거동을 평가하는 공동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시 KIT-INE와 협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4년 5월부터 다시 독일로 오게 되었고, 어느덧 1년이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KIT-INE에서 게스트 연구원으로 머무르며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박사학위 과정은 여전히 한국에서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완전히 정착한 경우는 아니지만, 짧지 않은 체류 경험을 통해 독일의 연구 환경과 생활에 대한 값진 경험을 얻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 독일에 체류하며 연구를 수행하고자 할 경우,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거주’입니다. 단기 체류자에게 제공되는 숙소 형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더라도 체류 비용이 높거나 안정적인 주거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독일 내 대학에 정식 등록된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 기숙사나 시에서 제공하는 공공 숙소는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이나 박사후연구원처럼 장기 체류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생활 면에서는 한국과 비교해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식문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행정 처리 과정까지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다 보니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영어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경이긴 하지만, 독일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면 현지에서의 생활과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 반갑고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도 외국인이 독일어를 사용하려는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따라서 독일어를 배울 수 있다면 독일 생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구와 학문적인 측면에서, 독일의 연구 기관과 공과대학교들은 높은 수준의 학문적 분위기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KIT-INE는 방사성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제한 실험 구역과 분석 장비들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 실험 기반 연구를 수행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 연구자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행정적 지원 체계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구 이외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비록 이번 체류 기간은 박사과정 중에 이루어진 것이고, 아직 완전히 정착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 연구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연구 환경과 분위기가 제게 매우 잘 맞았고, 연구적으로도 큰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박사과정을 마친 뒤 박사후연구원으로 다시 KIT-INE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향후에는 보다 성장한 연구자로서,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지속적인 연구 커리어를 이어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으며 이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단순한 단기 체류를 넘어, 연구자로써의 진정한 의미를 두고 독일에 정착하여 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저처럼 유럽에서 연구자로서의 커리어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경험이 작지만 현실적인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환경에서의 도전이 때로는 두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독일, 유럽은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