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의 첫 도전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녹록지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나 경제적 어려움. 장학금이나 다른 펀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지고 간 돈을 다 쓰기 전에 무언가 수입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아르바이트조차 언어 장벽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베를린이라는 도시도, 학교생활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랜드마크인 텔레비전 TV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그나마 간간히 학생 할인이 많이 되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공연을 보는 등,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 위주로 즐겼던 것 같다.

베를린 필하모니 건물 전경. 대학생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훨씬 저렴하게 감상할 수있다.
작은 시도, 큰 기회
베를린에서의 석사과정 중 나는 학교에서 프로그램 학생들을 위한 워크숍이나 외부 강사의 초청강연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어필할 기회가 생기면 짧게라도 강사나 관계자에게 한국에서 했던 연구를 소개하고, 내가 구직 중이라는 것을 알렸다.이러한 시도를 반복한 끝에, 운좋게 에어버스에서 학생 일자리를 얻어 독일 남부 보덴제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보덴제 지역의 린다우라는 도시에 곳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

뮌헨 또한 처음에 적응하기 쉬운 도시는 아니었다. 보덴제보다 두세 배는 비싼 월세, 다소 보수적인 로컬들의 첫 인상. 박사과정 연구 주제 역시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한국에서의 석사 논문과 독일 에어버스에서의 인턴 경험까지는 주로 인공위성 정밀 자세 제어와 관련된 일을 했었는데, 박사과정에서 맡게 된 연구 주제는 로보틱스에 가까웠다. 카메라기반의 센서 퓨전을 활용해 다중 에이전트(Multi-agent) 항법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험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는데 ,하드웨어경험이 거의 없고, 주로 항법이 아닌 제어를 다뤄왔던 나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일이었다.
다행히 연구실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덕분에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경험은 단순히 학문적 성장을 넘어, 현재독일 항공우주연구소(DLR)에서 수행하는 연구와도 깊게 연계되어 있었다. 즉,박사과정에서의 도전적 경험이 현재의 취업과 연구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날씨가 좋았던 여름날에 뮌헨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찍은 사진. 배경에 뮌헨 올드시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Frauenkirche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