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인맥을 통해 사람을 뽑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내가 있는 벨기에에서는 박사 과정 지원이나 취업에서 인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는 사람의 추천을 통해 채용하는 것이, 완전히 모르는 사람을 뽑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가 연구원으로 근무하셨는데, 해외 연구자들이 프로젝트 때문에 한국에 방문하면, 아버지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저녁을 대접하고 난타 공연을 보여주는 등 교류의 시간을 보내셨다. 대학생이었던 나도 몇 번 동행하며 자연스럽게 외국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영어 연습 뿐만 아니라 해외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석사 과정이 끝나갈 무렵, 예전에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명함을 주고받았던 프랑스와 벨기에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박사 과정을 해외에서 하고 싶은데 혹시 추천해 줄 수 있냐며, 내가 쓴 논문과 연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냈다. 놀랍게도 두 분 모두 하루 만에 답장을 줬다. 프랑스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연구소의 자금이 끊겨 올해는 학생을 모집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반면, 벨기에 연구원은 자신이 박사 과정을 했을 때의 지도교수가 현재 학생을 모집 중인데, 그 주제가 내 석사 연구 주제와 비슷하니 한 번 연락해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바로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자 일주일 만에 인터뷰가 잡혔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교수님께 미리 5분 정도의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되는지 여쭤보고, 석사 때의 연구 내용을 요약해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화 영어를 하루 3~4회씩 한 달간 집중적으로 진행했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미리 정리해 달달 외웠다.
드디어 인터뷰 날,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했고, 교수님도 자신의 연구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 실험 기기 등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내 석사 연구 주제가 304L 스테인리스의 수소 취성이었는데, 교수님이 원하는 연구 주제가 같은 오스테나이트계 310S의 수소 취성이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워하셨다. 그리고는 원한다면 여기서 박사 과정을 해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순간이 믿기지 않아서 여러 번 다시 물어봤던 것 같다. 또, 나는 박사 과정 지도교수를 선택할 때 연구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과 성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도했는데, 인터뷰를 하는 내내 교수님의 배려심 깊은 태도에 감동했다.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다시 질문할 때마다 교수님은 내가 원어민이 아니라 발음이 좋지 않아서 미안하다며 다시 천천히 설명해 주셨고, 내 발표를 보신 후에는 너라면 더 좋은 곳에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거라며, 선택의 폭을 넓혀보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 말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저는 꼭 교수님 밑에서 연구하고 싶습니다!” 라고 강하게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박사 과정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매우 만족하며 연구하고 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인맥을 통해 확실한 추천을 받았고, 연구 주제도 잘 맞았으며, 장학금까지 지원받아 비교적 수월하게 박사 과정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 이런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솔직하게 적어 보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벨기에 오기 전에 시간을 보냈던 캐나다. 너무 즐거웠다 .


성니콜라
벨기에는 아이들이 산타보다 성니콜라를 더 기다린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