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영국,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기나긴 협상의 길로 들어서다

한 번의 국민 투표, 두 번의 조기 선거, 3년이 넘는 망설임과 논쟁 끝에 이번 주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최초의 국가가 된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한 시대의 종료일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하나의 시작도 의미한다. 11개월의 전환 과정 동안 영국과 유럽은 무역에서 이민, 임상 시험에 이르기까지 향후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을 협상할 것이다. 영국 자선단체인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의 정책 관리자인 마틴 스미스(Martin Smith)는“우리는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2021년에서 2027년까지 진행될 유럽 연구프로그램인 Horizon Europe에 대한 영국의 참여이다. 영국 연구자들은 현재 역대 최고예산(900억 유로)을 확보한 Horizon2020 프로그램에서 연간 약 15억 파운드를 받고 있으며, 1년 간의 전환기 동안에도 연구비를 지원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Horizon Europe에 참가하려면 영국은 스위스, 노르웨이 및 이스라엘을 포함한 16개 비EU 국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셰필드대학의 과학정책 전문가 제임스 윌스돈(James Wilsdon)은 영국과 EU 과학자들이 이 같은 협의를 원하지만, 유럽 정치인들이 국경 조정과 같은 까다로운 협상에서 이 사안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럽연합 연구집행위원 마리야 가브리엘은 이번 달 인터뷰에서 “과학기술과 관련하여 영국을 위한 협력 패키지를 준비하는 것이 과연 유럽연합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여 유럽연합이 과학기술 연구협력에 관한 별도의 협의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런던대학교의 과학정책 연구원인 그레엄 리드(Graeme Reid)는 영국이 Horizon Europe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면 그 영향은 분야별로 상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Horizon 2020의 자금은 영국 전체 R&D 지출의 3%에 불과 하지만 고고학 및 소프트웨어 공학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전체 지출 연구비의 30% 이상에 해당한다. 리드는 이 자금 손실의 영향을 “스위스 치즈”에 비유하면서, 영국의 연구기반이 “전체적으로 견고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영국 정부는 Horizon Europe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의 옵션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연구이사회(European Research Council)와 같이 장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직을 만드는 등 유럽 프로그램의 일부 측면을 모방할 것을 조언했다.

마틴 스미스는 EU 과학자들이 영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외국 연구원들 위한 패스트 트랙 비자제도를 만들었으며, 2월 20일부터 해당 비자의 발급이 시작된다. 이는 발급 상한선이 없으며, 이민국 대신 영국 연구혁신부에서 심사를 담당하게 된다.

의료연구자선협회(Association of Medical Research Charities)의 정책 책임자인 캣볼(Cat Ball)은 브렉시트 이후 협회가 지원하는 임상실험들이 받을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실험들의 의약품들을 조달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영국이 임상 시험 장소로서의 매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임상 실험과 관련한 유럽의 시스템을 수용할 지 여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임상 실험의 연구책임자가 각 국가기관이 아닌 중앙 포털을 통해 한 번에 승인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영국이 이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EU 연구자들은 범 EU 임상 실험에 영국 환자를 포함하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또는 영국에서의 임상 실험을 기피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가 부담은 관계자들의 의욕을 꺾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구원들은 영국과 유럽 사이의 데이터 흐름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8년 제정된 EU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에 의해 영국은 다른 EU 국가들과 데이터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전환 기간 후 무료 데이터 교환을 계속하려면 유럽집행위의 법무 및 소비자 총국장이 영국 데이터 보호가 적절하다고 선언해야 한다. 스미스는 “올해 말까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많은 일들이 서서히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연구비 지출을 선진국의 최고 수준인 국내 총생산의 2.4%로 늘리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연구자들의 우려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윌스돈은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취해질 지는 한 동안 알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하면서 3월 11일에 발표될 다음 예산이 향후 발생할 일에 대해 더 명확한 의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정부가 실제로 이러한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EU지원 연구비 상실에 대한 영국 연구자들의 반대와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OURCE : SCIENCE

Print Friendly, PDF & Email
Facebook
Twitter
LinkedIn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