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C, 올해만 노벨상 수상자 3명 배출, 그 성공 요인은?


지난 15년 동안 EU의 프론티어 연구 자금을 지원 받은 12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유럽연구위원회(ERC) 회장은 이러한 성공을 위한 비법과 이를 옹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다.


기초과학은 도박이다. 과학자들은 지식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이전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다 2007년에 EU는 이러한 지식 추구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15년이 지난 지금, 유럽연구위원회(ERC)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0월에 ERC의 지원을 받은 세 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기도 하였다.

ERC의 현 회장인 Maria Leptin과 그녀의 전임자인 Jean-Pierre Bourguignon은 이를 획기적인 과학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아이디어에 대한 헌신'이라고 말한다.

Svante Paabo는 '멸종된 호미닌의 게놈과 인간 진화에 관한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Alain Aspect와 Anton Zeilinger는 '얽힌 광자를 사용한 실험, Bell 부등식 위반 및 선구적인 양자 정보 과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1980년대에 첫 번째 EU 연구 프로그램이 구상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기초연구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정치권은 이에 회의적이었지만, 오랜 투쟁 끝에 2007년 마침내 ERC가 설립되었다.

ERC 기금에는 세 가지 주요 흐름이 있다. 젊은 과학자를 위한 시작 보조금(starting grants), 중견 연구자를 위한 통합 보조금(consolidator grants),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를 위한 고급 보조금(advanced grants)이다. 이는 의학에서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며, 모든 것은 상향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센터에서 주제를 규정할 수 없다. ERC의 이전 회장인 Mauro Ferrari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 이를 바꾸려다가 빠르게 퇴출되었다.

ERC의 현 회장이자 저명한 생물학자인 Maria Leptin은 ERC의 성공은 평가 과정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설립자는 제안을 평가하기 위해 엄격한 동료 평가 시스템을 설정한다. "이는 매우 비판적인 평가이다. 평가자들에게는 매우 명확한 지침이 주어지며, 그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독창적인 것을 찾는다. 우리는 명백한 것을 원하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수학자이자 전 ERC 회장인 Jean-Pierre Bourguigon은 첫 번째 수학 패널의 의장으로 집행위원회에서의 업무를 시작하였다. 첫 해는 무척 힘들었다고 Bourguignon은 회상한다. "패널리스트는 그 해에 접수된 9,000개의 제안서를 분류하기 위해 엄청나게 일을 해야 했다. 작업량은 많고 보수는 많지 않았으나, 여러 연구원들은 (제안서들이) 높은 수준의 응용 프로그램이 될 것이고, 다른 높은 수준의 과학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참여하였다."

이 두 ERC 회장은 모두 ERC의 성공 요인으로 '프로세스 실행에서의 ERC 직원의 역할', '엄격한 선정 과정', '연구자들이 me-too 프로젝트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 이 세 가지를 지적한다.

 

상향식 없는 하향식은 없다

ERC는 연구를 위한 955억 유로의 호라이즌 유럽 기금을 중심으로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EU의 하향식 연구 정책 생태계의 일부이다. 7년마다 정책입안자들이 기금의 예산과 형태를 재협상할 때 과학계는 회의적인 정치인에 맞서 ERC의 존재를 방어해야 한다.

ERC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160억 유로는 상당한 규모이며, 그 지지자들은 '정책 중심 과학(하향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향식 연구의)  비중이 증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전 호라이즌 2020 연구 프로그램에 따른 ERC 결과의 최근 매핑에 따르면, ERC 연구의 34% EU의 보건 정책에 기여하고, 10%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14%는 기후 정책과 관련이 있다. 또한 ERC는 EU 연구 프로그램의 응용 연구 부문보다 더 많은 특허를 만들어 낸다.

"앞으로 더 많은 하향식 연구에 대한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상향식 연구 부분을 축소시키면 다음 위기에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과학계에서 ERC가 가진 임무이다. 연구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Bourguignon은 말한다.

ERC에는 또한 경쟁해야 할 세계 무대가 있다. 미국에서는 1950년에서 2018년 사이에 국립과학재단(NSF)의 수여자 236명이 노벨상을 받았으며, 올해에만 4개를 수상하였다. 물론 이들의 예산 규모는 올해만 88억 달러로 ERC의 7년 예산인 160억 유로보다 훨씬 많다.

자주 인용되는 ERC 성공사례 중 하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다. mRNA 암 백신에 대한 광범위한 예비 연구 덕분에 과학자들은 몇 달 안에 완전히 새로운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기초연구와 ERC가 자금을 지원하는 많은 프로젝트 덕분에 과학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셈이다. 연구 커뮤니티는 이러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Bourguignon은 ERC가 고유한 작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전체 연구 프로그램을 단순화하고 보다 균일하게 만들려는 집행위원회의 시도에 대해 방어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예를 들어 그는 ERC가 과학자들에게 일시금으로 연구비를 지급하는 대신 지원 단계에서 연구비 사용 계획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일시금 제도(Lump sum) 파일럿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관리를 단순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데에는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있다."

두 ERC 회장 모두 ERC의 비 규범적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수익을 창출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서 요가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순수한 탐구에 관한 것이다. 일단 과학자들이 이러한 탐구를 시작한 후에 추구할 더 흥미로운 주제를 찾으면 자유롭게 진로를 변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게 첫 날부터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운영되는 ERC 보조금은 이러한 점을 수용한다.

Bourguignon은 자유를 중시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ERC의 접근 방식이 위험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많은 다른 국가 연구 지원 기관과 ERC 기금을 차별화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ERC 보조금 수혜자들이 국가 기관에 제출한 유사한 제안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거절된 사례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 권위 있는 ERC 보조금은 이를 수상할 준비가 되어있는 잘 정립된 선도적인 과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막대한 자금이 젊은 연구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스타가 된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Leptin은 말한다.

그녀는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ERC 보조금 보유자인 Konstantin Novoselov가 맨체스터 대학에서 그래핀 발견으로 2010년 물리학상을 받았을 때 겨우 36세였다고 말하였다. 2007년 ERC 기금의 첫 번째 출시의 일부로 Starting Grants를 받은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Novoselov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Leptin의 조언은 뛰어난 보조금 제안서를 작성하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는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조언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동부 유럽의 호라이즌 참여 확대 국가의 과학자들은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Leptin은 제안서를 작성할 때 전문 기관을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창의성이다"고 Leptin은 말한다.

 

SOURCE : SCIENCE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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