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l Ah PARK
Advanced Biotechnology
Postdoc at Slovak University of Technology in Bratislava
* 썸네일 이미지 출처: 저자: Czech Wikipedia user Packa – 자작, CC BY-SA 2.5,
Q: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6년 3월부터 체코공과대학교(CTU)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 fellow)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설아입니다. Marie Curie COFUND 프로그램을 통해 1년 반 계약으로 재직 중입니다. 저의 연구 분야는 바이오메디컬(biomedical) 데이터를 수학적·계산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방법론을 개발하여, 복잡한 데이터를 해석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는 슬로바키아공과대학교(STU) 응용수학과에서 취득하였으며, 이후 약 2년 반간 동 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습니다. 유럽에서의 연구 생활은 2018년 EU 프로젝트 ImageInLife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Q: 현재 소속기관은 어떤 곳인가요?
현재 저는 체코공과대학교(CTU, Czech Technical University in Prague) 원자력·물리공학부(FJFI) 내 Department of Dosimetry and Application of Ionizing Radiation에서 Prof. Petra Trnkova 팀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CTU는 1707년 황제 요제프 1세의 칙령으로 설립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비군사 공과대학입니다. 현재 8개 단과대학에 약 22,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그 중 국제학생 비율도 상당합니다. QS 세계 대학 순위 기준 공학 분야 상위 500위권에 속하는 체코 최고의 공과대학입니다. 제가 속한 FJFI는 체코 내 유일하게 핵화학, 선량 측정, 이온화 방사선 응용, 핵반응로 관련 학과를 모두 갖춘 단과대학입니다. 그 중 제 소속 학과인 Department of Dosimetry and Application of Ionizing Radiation은 방사선 선량 측정 및 방사선 방호 분야의 기초·응용 연구를 수행하며, 의학·과학·기술 분야에서 이온화 방사선의 활용 연구를 진행합니다. 특히 방사선 치료 시 목표 체적 내 치료 선량의 실험적 검증, 그리고 방사선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계산적 방법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현재 제가 속한 학과는 medical physics 분야로, 저의 전공인 응용수학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연구 측면에서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는 실제 바이오메디컬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방법론을 개발하는 연구를 해왔는데, 이 학과에는 임상 데이터는 풍부하지만 이를 엄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Prof. Trnkova와의 논의를 통해 이 접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하여 현재의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Prof. Trnkova 팀의 주요 연구 주제는 방사선 치료(radiotherapy)의 정확도 향상입니다. 방사선 치료의 워크플로우를 간략히 설명하면, 먼저 CT 이미지를 바탕으로 선량 계획을 수립하지만, 실제 치료 시점에서는 체중 감소나 주변 장기의 위치 변화 등으로 인해 환자의 신체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 계획대로 선량을 전달하려면 목표 장기의 위치를 재조정하는 변형 정합(deformable registration)을 수행하고, 이에 따라 선량을 재계산해야 합니다. 이후에는 팬텀(phantom) 모형을 이용한 품질 보증(quality assurance) 단계를 거쳐 선량이 실제로 안전한지 검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관여하는 연구 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변형 정합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정합된 윤곽선(contour)이 장기의 전체적인 형태뿐 아니라 내부의 세밀한 구조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정량화하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둘째, 팬텀을 이용한 품질 보증 단계는 현재 약 1~2시간이 소요되어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관여하는 다양한 기계적 파라미터와 품질 보증 결과 사이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면 이 과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 주제 모두 방사선 치료라는 임상적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분석의 관점으로 전환하면 흥미로운 수학적·계산적 문제가 됩니다. 현재 이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방법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소속기관에서 본인은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직무, 연구 포지션 등)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medical physics 팀에 응용수학자(박사후연구원)로 소속되어 있어 연구 방향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팀 미팅에 꾸준히 참여하며 medical physics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고, 같은 그룹의 박사과정 학생들과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연구의 지속성을 위해 그랜트 확보에도 힘쓰고 있으며, 지난 3월 말에는 방사선 치료 관련 분석 방법론 개발을 주제로 체코 국가 연구과제(GAČR) 제안서를 제출하였습니다.
Q: 연구팀 또는 협업하는 동료들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Prof. Trnkova를 중심으로 구성된 그룹은 저를 포함하여 대략 11명으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격주 팀 미팅을 함께 합니다. Prof. Trnkova가 직접 지도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공동 지도 학생들도 포함된 구성입니다. 그 중 저와 가장 긴밀하게 협업하는 분은 역시 Prof. Petra Trnkova로, 연구의 큰 방향 설정과 그랜트 지원 관련 논의를 주로 함께 합니다. 세부 연구 주제별로는 deformable registration 관련해서는 박사과정 학생인 Panagiotis Alafogiannis와, quality assurance 관련해서는 석사과정 학생인 Michaela Jindrakova와 박사과정 학생인 Chrysoula Rousi와 함께 논의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 기관과의 협업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소(Darmstadt)의 Dr. Lennart Volz 팀과는 AI를 활용한 quality assurance를, 뮌헨대학교(LMU Munich) 의학물리학과의 Dr. Denis Dudas와는 deformable registration을 주제로 각각 월 1회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faculty 내 여러 학과 연구자들이 함께 Medical Physics and Computational Science Research Group(www.linkedin.com/showcase/medical-physics-ctu)을 운영하며 학과 간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연구 환경이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근무 조건, 복지, 워라밸 등 포함)
연구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동료들 간 소통이 원활하고 분위기가 개방적이어서, 그룹 미팅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활발하게 토의합니다. 피드백이 필요한 사안에도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입니다. 근무 조건 면에서는 법적으로 주 40시간이 기준이지만, 재택근무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습니다. 유급 휴가는 연간 30일입니다. 이러한 근무 방식은 외부 기관과의 공동 연구가 많은 연구자들에게 특히 실용적입니다.
Q: 한국과의 연구 협력 경험이 있거나, 향후 협력 의사가 있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요?
체코에는 국가 연구 펀드인 GAČR(체코 과학재단)이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과제를 지원합니다. 그 중 한국과의 2년짜리 양자간(bilateral) 공동연구 공모가 열리는데, 선정 건수는 많지 않지만 한국과 공식적으로 공동연구를 시작하기에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Prof. Trnkova 팀도 작년에 동아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이 공모에 지원했으나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두 팀 간 교류는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 제가 제출한 다른 유형의 GAČR 제안서에는 관련 주제로 연구 방문(research visit)을 이미 포함해 놓은 상황입니다.
Q: 소속기관은 국제 협력을 활발히 하나요? 주로 어떤 국가나 기관과 협력하나요?
CTU 자체가 국제 협력에 적극적인 기관이며, 제가 속한 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일의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소, 뮌헨대학교(LMU Munich), 한국의 동아대학교 연구팀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EU 호라이즌 및 GAČR 등 다양한 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국가의 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국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유럽 내 다른 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현재 소속기관만의 장점이나 특징이 있다면요?
체코 내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으로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규모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특히 제가 속한 원자력·물리공학부(FJFI)는 체코 내 유일하게 핵화학, 선량 측정, 이온화 방사선 응용, 핵반응로 관련 학과를 모두 갖춘 곳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다만 유럽 전체로 보면 서유럽의 대형 연구중심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보다는 중앙유럽의 거점 기관으로서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유럽 내 다른 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현재 소속기관만의 장점이나 특징이 있다면요?
가장 좋은 첫 번째 루트는 이메일로 직접 연락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GAČR 양자간 공모가 공식적인 협력을 시작하기에 가장 체계적인 방식이지만, 한국이 EU 호라이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 현재 상황에서는 양측의 연구 네트워크를 통합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EU 과제에 공동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나오는 공모 중 해외 연구팀 참여가 요구되는 경우라면, 많은 체코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체코 내 과학 예산이 축소되어 국내 과제 지원 건수에 제한이 생긴 만큼, 해외 공동연구 기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Q: 소속기관의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연구/개인적 측면 모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일반적인 인지도는 높은 편입니다. 특히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한국 방문 희망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연구 측면에서는 한국의 연구 환경이나 현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주된 이유는 한·체코 간 연구 교류가 활발하지 않고, 그 결과 체코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구자나 학생의 수가 적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양자간 협정을 통해 공동연구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선정 건수가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주도 과제 중 일부는 해외 기관 참여자가 한국 국적이 아니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경우 한국 연구자와 체코 연구자가 직접 소통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중간에서 연결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코 내 한국인 연구자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체코 연구자에 대한 접근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같은 기관에 한국인이 더 있나요?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같은 faculty 내 Software Engineering 학과의 한주영 교수님 (assistant professor, Jooyoung Hahn)이 계십니다. 처음 합류했을 때 체코에서 과학 목적 비자를 받는 절차 등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알려주셨고, 현재도 공동 연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연구자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초기 적응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체코에서의 연구 생활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저나 한주영 교수님께 편하게 이메일 주세요.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Q: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현재 소속기관을 추천한다면 어떤 분들에게 어울릴까요?
CTU는 공학, 물리, 수학, IT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기관인 만큼, 관심 분야가 맞는다면 많은 한국 연구자들에게 열려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체코어를 몰라도 연구 환경 자체에서의 언어 장벽은 크지 않습니다. 특히 EU 펀딩이나 국제 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께 잘 맞는 환경입니다. CTU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실질적인 진출 경로로 CROP Fellowship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현재 재직 중인 포지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온 것으로, Marie Curie COFUND 기반의 박사후연구원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연구 주제가 사전에 공개되고, 관심 있는 주제의 담당 교수님과 먼저 컨택한 후 간단한 연구 제안서를 작성해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2026년에도 공모가 열릴 것으로 알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CTU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소속기관 또는 유럽에서 연구하면서 느낀 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현 소속기관에서 아직 약 2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경험이 많았습니다. 물론 어느 팀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Prof. Trnkova는 국제적 경험이 풍부하고 팀 내 외국인 학생 비중도 높아 전반적으로 개방적이고 소통이 잘 되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학부(faculty) 차원에서도 연구 과제 지원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어, 합류 초기부터 GAČR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행정적·절차적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지원 없이 혼자 했다면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은데, 시스템이 영어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관련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확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올해부터 체코 내 연구 예산이 축소되어 과제 지원 횟수에 제한이 생겼는데, 저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합격 여부를 떠나 아예 지원조차 못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럽에서 연구하면서 가장 큰 장점으로 느끼는 것은 지리적으로 여러 나라와 가깝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국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하기는 하지만 EU 내 다양한 펀딩 제도를 통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과학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활발히 교류하여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한국의 연구 역량을 세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프라하에서의 생활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자면, 관광도시인 만큼 대부분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이라 언어 장벽은 크지 않습니다. 물가는 집값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일상적인 생활 물가는 서유럽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한 가지 소소한 불편함을 꼽자면, 체코는 유로존이 아니라 자국 통화(코루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를 여행할 때 Revolut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해 환전 수수료를 줄이는 방법을 쓰게 됩니다.
유럽에서의 연구 생활이 늘 순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이 글이 체코 혹은 유럽 진출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