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sun HWANG
Advanced Robotics and Manufacturing
PhD candidate at 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
* 유럽 진출 경험담 인터뷰(정혜원)를 바탕으로 작성
자기소개
나는 현재 스위스 EPFL에서 로봇공학 연구를 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공부한 지 1년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스위스로 박사 유학을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우여곡절과, 현재의 생활은 어떤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박사과정을 수행 중인 EPFL 로잔 캠퍼스 전경(좌) 및 기계공학과 건물 일부 (우)
어쩌다가 스위스로 오게 됐는지?
원래부터 스위스로 유학을 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스위스로 방문 연구를 오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스위스의 연구 환경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고, 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큰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EPFL은 우수한 연구 시설뿐만 아니라 넓은 연구 공간과 개인 사무실을 제공하는데,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생활 또한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이 경험을 계기로 석사 졸업 후에는 스위스나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후 스위스와 미국 여러 학교에 지원했고 다행히 모두 합격했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연구책임자 (Principal Investigator, PI)의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원하는 PI의 연구실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원하는 PI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장학금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장학금을 받게 되면 교수의 펀딩 부담이 줄어들어 학생을 선발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학금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 이상이 남아 있었고, 이미 석사 졸업을 한 상태였다. 그 기간 동안에는 국가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에서 나와 연구적으로 매우 잘 맞는 연구 엔지니어 포지션 공고가 올라왔다. 혹시 장학금에 탈락하더라도 TU Delft에서 쌓은 경력이 이후 다른 연구실을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해 네덜란드에서 약 1년간 근무하게 되었다.
델프트 시내 (좌), 벚꽃이 핀 TU Delft 기계공학과 건물 근처 (우)
네덜란드에서 일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드디어 장학금 결과가 발표되었고 다행히 합격 소식을 받았다. 그렇게 스위스에서의 박사 생활이 확정되었고, 현재는 박사 2년 차를 시작한 상태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입시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우선 지원할 학교는 학교의 명성과 교수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1차 선별을 했다. 이후 연구 핏, 국가의 문화와 생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학교를 정한 뒤에는 각 학교 웹사이트에 안내된 대로 서류를 준비해 지원하면 된다. 다만 내 경험상, 단순히 서류만 제출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지원 전에 반드시 원하는 연구실의 교수에게 컨택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교수마다 학생을 뽑을 계획이 없을 수도 있고, 학생이 마음에 들어도 펀딩이 부족해 선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연구실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지도교수와 친분이 있다면 컨택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므로,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인맥을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컨택 이후 교수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때 모든 프로젝트를 나열하기보다는 중요하고 관련성이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머지 프로젝트들은 Q&A 과정에서 추가로 설명하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전체적인 커리어 관점에서는 최대한 경력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장학금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연구실과 환경에서 경험을 쌓으려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쌓아온 연구 경험들이 서로 연쇄적으로 작용해 다음 커리어 단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느낀다.
해외 연구 포지션을 찾을 때는 LinkedIn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부분의 해외 채용 공고가 LinkedIn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CV는 1장 이내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정리하고, 인터뷰를 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미리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의 차이점
스위스는 전반적으로 자연 친화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의 국가다. 알프스산맥과 아름다운 호수가 많아 스키, 등산, 수영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세 가지가 주로 사용되며, 대도시가 아니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편이다. EPFL 내부에서는 영어 사용에 큰 불편이 없지만, 가게나 식당, 특히 관공서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는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주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로잔은 프랑스풍 건축이 주를 이루는 반면, 취리히는 독일풍의 분위기가 강하다. 기차를 타고 주 경계를 넘으면 안내 방송 언어도 바뀌는 것이 인상적이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인터라켄이 있는데, 산의 경치뿐만 아니라 호수 또한 매우 아름답다. 특히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는 유명하며, 산 중턱에 위치한 외시넨 호수도 꼭 가볼 만하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라 물빛이 매우 맑고 푸른 것이 특징이다. 우리학교 근처에는 스위스와 프랑스가 공유하고 있는 레만호수가 있다.
EPFL 캠퍼스 근처의 레만호
반면 네덜란드는 스위스보다 훨씬 자유롭고 활발한 분위기다. 산이 없는 평지 국가라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가끔은 자전거로 가구를 옮기는 놀라운 광경을 보기도 한다. 공식 언어는 네덜란드어지만,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한다.
건축 양식은 독일과 비슷하면서도 스위스보다 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어디를 가든 크고 작은 운하를 쉽게 볼 수 있고, 그 안에는 오리 같은 물새들이 서식해 둥지나 새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분위기 역시 인상적이다. 날씨는 대체로 비가 잦지만, 날이 좋은 날 자전거를 타고 운하 옆 골목을 천천히 돌아다니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다만 겨울에는 날씨가 매우 거칠다. 영하 1~2도 정도의 기온에서 비와 우박이 내리고 바람도 강해, 강풍주의보가 자주 내려진다.
TU Delft 근처 운하
팁 : 스위스의 경우 EPFL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학생 혜택이 있다. 대표적으로 기차 요금을 절반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Half Fare Card를 학교에서 지원해 주며, 대중교통 정액권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도 제공되니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네덜란드 TU Delft에 가게 된다면, 학교와 계약된 사설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대 1년까지만 거주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바로 네덜란드로 오는 경우 집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후 거주지를 알아볼 시간을 벌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는 보조금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주택 보조금과 건강보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스위스의 약 70% 수준이며,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면 한국과 비교해 크게 비싸지는 않다. 다만 외식비는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마치며
이 글이 유럽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모두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