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n Seo
Next-gen Communications
PhD candidate at 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나는 석사까지 한국에서 하고 박사부터 해외 (스웨덴)에서 시작하게 된 케이스이다. 이번 유럽진출 경험담으로는 해외 박사 준비를 했던 과정/방법과, 간략한 스웨덴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고자 한다.
결심
처음 대학원을 진학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막연하게 박사는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나의 부족함을 느껴서 박사를 하게 되면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되리라 생각하며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을 꿈꿔왔다. 하지만 석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해외에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마음 한 켠에 해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천천히 나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석사과정 1년차가 끝나갈 즈음이었는데..
해외 박사 과정 준비기: 석사 후 1년의 공백
이 전에 해외는 여행으로나 다녔지 교환학생이나 유학 등등을 해본적은 없기도 하고, 제대로 된 해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대학원 관련 웹페이지들이 그 당시 생겨나기도 해서 그곳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했고, 합격하기까지 무엇을 위주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등등을 찾아보고 나에게 맞는 방법이 어떤 방법인지를 찾아 나갔었다 (사실 백 번 찾아 보는 것 보다 한번 부딪혀 보는 게 더 낫다).
나는 석사과정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졸업 한 후에 해외 박사 진학에 필요한 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졸업논문이 완료된 이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하게 된 항목은 아래와 같다.
- 영어 시험: 지원 당시 찾아봤을 때, 거의 모든 학교가 요구한다. TOEFL, IELTS 등등. 지원 준비 당시 코로나로 인해 GRE는 면제되는 추세였기 때문에 토플에만 온전히 준비할 수 있던 것 같다. 영어 성적이 안되면 (배우고 대화하는데 어느정도 이해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래 준비하는 과정들이 모두 무의미하기 때문에 영어가 부족하면 매진하는 게 좋다.
- Application Letter
- CV
이외에도 대부분 요구하는 서류는 성적표나 논문 등등이 있다. 그리고 교수님들께 추천서 작성을 부탁드리자! 그리고 Application letter 작성법이나 CV 작성법은 인터넷 찾아보면 잘 나오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영어는 고등학교 이후로 토익 준비한 것을 제외하고는 손대지 않았었기에 가장 고생했던 항목 중에 하나다. 그 당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토익 점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토플도 쉽사리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생각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오만한 생각이어서 아찔하다! 토플의 경우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준비하기엔 너무 벅차서 학원을 다니며 준비했다. 이때는 정말 하루 종일 영어만 하였는 데도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특히 말하기, 듣기가 힘들었다). 하루에 최소 12시간은 씨름을 했던 것 같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점수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으니 시간 날 때마다 꾸준하게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성적은 준비하는데 걸린 기간이 거의 6개월을 넘는다. 그리고 영어 시험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인터뷰때 잘 응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항상 영어를 생활화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시험 성적을 준비한 이후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지원하는 기간이다. 정확히는 언제까지 포지션별로 지원하고, 언제부터 포기할 것인가이다. 이 기간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빠른 포기를 막기도 할 것이고, 너무 오랜 기간 지원하며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 박사과정 지원하는 기간은 부모님과 상의하여 걱정이 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는 것은 2년까지라고 하셔서 만약 2-3년 안에 진학하지 못하게 되면 취직으로 목표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영어까지 준비 되면 Application letter 작성하는게 중요 할 것이다. 여기에는 내가 왜 가장 이 포지션에 잘 맞는 사람이고, 뽑히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적어야 하는데, 사실 Application Letter를 작성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크게 두가지로 방법을 고민했었다.
- 다양한 포지션에 한가지 포맷 (세부사항만 간단히 수정)을 가지고 지원 할 것인지
- 포지션 마다 새로운 Application Letter 작성 할 것인지
내가 택한 방법은 포지션마다 새로운 Application Letter를 작성했다. 물론 매 지원마다 기존에 해오던 내용들은 똑같기에 전체를 갈아엎으며 새로운 형태로 작성하진 않았지만, 포지션 공고에 올라온 일이 어떤 것인지 분석하며 미래에 내가 박사과정으로 뽑힌다면 그 일을 어떻게 하게 될 지를 중점적으로 새로 작성했다.
번외로 만약 1번의 방법을 택한다면, 일반화를 매우 잘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1번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아마 많은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이 결국 기회를 늘린다고 생각해서 한정적인 시간 내에 지원하는 개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준비하지 않았던 나의 개인적인 이유는, 공고 하나당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지원 서류가 있을 것이다. 그 중 결국에는 몇 개 (아마 네 다섯명이 최대이지 않을까 싶다..)만 뽑아서 면접을 진행하는데 이렇게 지원하는 것은 내 지원 서류가 평범하게 쓰여져 떨어진 서류 중에 하나가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두번째로 정한 것은 지원 분야, 그리고 지원하려는 학교 목록들이다. 나는 학부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컴퓨터 네트워크를 위주로 공부했고, 석사때는 이동 통신과 머신 러닝을 위한 통신을 위주로 공부했다.
그래서 박사 지원 할 당시 지원하려고 한 분야는 아래와 같다.
⁃ 네트워크 분야
⁃ 무선 이동통신 분야
⁃ 머신 러닝 및 통신 분야
이 세 가지 분야에만 지원한 이유는 내가 이미 배우고있던 분야이기도 하지만, 박사과정 이후에 Industry로 가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와 밀접한 분야들로 한정했다.
지원 국가는 유럽과 미국으로 한정 했었고, 유럽의 경우 포지션 오프닝이 보통 6-8월 (여름방학 기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기간동안 모집 공고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입학 시기는 공고가 나온 기간에 따라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9월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공고가 주로 열리고, 9월에 입학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각 학교별로 모집 방법이 다 다르기에, 엑셀로 한눈에 정리하면 좋다. 당시 정리해 두었던 내용은 "학교명 (국가), 학과명, 교수님 이름, 지원기간, 분야, 구비서류, 지원 프로세스"이다. 모집 요강도 정리 하면서 1년차에 지원하려는 학교 리스트와 2년차에 지원하려는 학교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두었다.
1년차는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학교들 위주로 정리했고, 2년차의 경우 1년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1년차보다 더 넓은 범위로 작성했었다. 처음부터 가고 싶은 곳 쓰는 것보다 될 것 같은 곳에 지원하면서 서류를 수정해도 괜찮을 것 같다 (왜냐면 떨어지면 두 번 지원해도 어짜피 떨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앞서 말했던 포지션마다 Application Letter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에는 좁은 범위로 설정해서 가능 했던 것 같다. 박사과정 지원한 것은 거의 열 번 남짓이라서 많은 케이스를 쌓아두지는 못했다.
구비서류를 가지고 지원 후에 교수님들께 메일을 보냈었다. 보통 교수님들께서 받으시는 메일이 하루에 50-100개는 된다고 한다. 답장이 대부분 안 왔지만, 지도교수님께서 promising하다고 답장을 짧게 해 주셨었다. 그리고 인터뷰 할 기회를 운좋게 얻었다!
인터뷰의 경우 교수님들마다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맞춰서 잘 준비하는 것이 좋다.
스웨덴 적응기
스웨덴으로 온지 2년 반 넘었지만 스웨덴 (최소 스톡홀름)은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 여름엔 해가 새벽 2시에 지고 새벽 4시에 뜬다. 그리고 해가 가장 긴 때는 해가 져도 하늘이 파랗다. 겨울에는 날도 흐린데 해가 7시반에 떠서 3시 반이면 진다. 여름과 겨울에 내 성격이 이렇게 다른지 몰랐다. 날씨가 나한테 이렇게 영향을 주다니! 그래도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평생을 같이할 진 모르지만 평생을 같이 연락할 친구도 몇몇 알게되었다.
스웨덴 자체의 생활은 사실 집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인구 백만의 도시라 서울의 1/10밖에 안되네? 하는 마음으로 쉽게 생각했는데, 집 구하는 것은 최소 몇개월씩 잡아야 한다. 그리고 매우 작은 (18제곱미터) 집도 한화로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내고 살다가 최근 운이 좋게 침실이 딸린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상쇄시킬 장점도 존재한다. 직장인과 학생 그 사이여서 장점을 모두 취한다. 따라서 스웨덴 박사과정은 학생 할인 혜택은 모두 받지만 직장인이다! 세금도 내기 때문에 연금 받을 자격도 있다. 물론 박사과정 동안 낸 세금으로 받을 연금은 많진 않다.
우리 학과의 경우 매년 여행을 가는데, 끝자리가 홀수 년은 스키장으로, 짝수 년은 일반 Research Trip을 간다. 하루 최소 6시간은 일을 해야 해서, 하루에 3-4시간 정도 자유시간만 가질 수 있지만, 같은 박사과정, PostDoc, 그리고 교수님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좋은 시간이다!
올해 3월, 스웨덴에 위치한 Järvsö 라는 지역의 스키장으로 Research Trip을 갔을 때 찍은 오로라 사진
그리고 북유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로라 인 것 같다! 우리집의 경우 북향이어서 집에서도 간혹 오로라가 보이고, 북쪽으로 더 올라간다면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내가 위치한 지역은 스톡홀름이어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남단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오로라 알람은 20-30회정도 보지만 그 횟수는 1년에 2-3번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날씨가 좋지 않다.
박사과정 시스템을 잠깐 이야기하자면, KTH는 최소 4년의 박사과정을 잡고, 75 ECTS의 수업 학점을 수강해야한다. 한국 학점 시스템으로 환산해보니 대략 45학점이다. 수업도 학기를 반씩 쪼개 1년에 총 4개의 Period가 있고.. 연구와 병행하면서 수업 하나를 초과해서 듣기가 힘든데 그 이유는 과제가 거의 매주 나오기 때문… 과목별 시험은 기본 포맷이 5시간 짜리인데, 첫 시험 공부할 때 3시간안에 다 풀고 나온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가 5시간을 꽉 채우고도 시험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
포지션 찾을 때 팁: 스웨덴 중점
TCCC-Anounce (통신 분야 기준) 등 메일링 리스트 가입하기 - 박사과정이나 포닥 공고가 꾸준히 올라온다.
링크드인도 종종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고, 특히 유럽 박사를 준비하는 경우 https://academicpositions.com 등의 포지션 관련 웹사이트들도 유익하다.
스웨덴의 경우 법적으로 최소 3곳 이상의 웹페이지에 3주 이상 공고를 올려야 하는데 KTH기준으로 https://kth.varbi.com 에 모든 공고가 다 올라오니 KTH로 지원하고 싶으면 위 페이지를 자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마치며..
나의 박사 지도교수님은 오퍼를 주실 때 페라리 이야기를 하셨다. 스웨덴에서 박사 한 명 키우려면 1년에 한화로 약 1억 4천정도 든다고 하는데 4년 이상을 해야하니 박사과정 논문 한 편이 페라리라고 하시면서, 이 돈으로 논문 쓰고 싶은 지 아니면 페라리 사고 싶은 지 물어보셨다.
물론 졸업할 때 90% 이상의 박사 논문이 페라리만큼 가치를 가지기엔 어렵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이유는 나중에 우리의 재능이 그런 페라리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내가 졸업하고 5-10년 뒤에 정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도 들지만,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