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C 서포터즈] (독일) 율리히 연구소 (Forschungszentrum Jülich, FZJ) 소개

Junbeom PARK

Hydrogen

Postdoc at Forschungszentrum Jülich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쾰른 근처에 위치한 율리히연구소 (Forschungszentrum Jülich, 이하 FZJ)의 기초전기화학연구소 (Institute of Energy Technologies – Fundamental Electrochemistry, 이하 IET-1)에서 Staff Scientist로 근무 중인 박준범입니다. 독일에는 포닥경험을 위해 들어왔다가, 안정적인 연구인프라와 깊이있는 연구문화 등이 만족스러워서 독일에 정착하려고 합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한지는 약 6년이 되어갑니다. 개인 홈페이지 (https://go.fzj.de/j.park)

Q: 현재 소속기관은 어떤 곳인가요?

FZJ는 독일의 연구협회 중 하나인 헬름홀츠 연구협회 소속으로, 약 7천여명의 임직원 (박사과정 이상 연구인력이 약 3천여명) 들이 근무하는 대형 연구소 입니다. 큰 분류로는 14개 연구소가 있으며, 세부 분류로는 약 80여개의 연구소가 있습니다. 처음 설립은 1956년 핵물리와 핵에너지를 연구하는 원자력연구소로 출발을 하였고, 이후 생명, 환경, 소재, IT 등 분야를 지속적으로 넓혀갔습니다. 현재는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연구시설을 갖춘 세계적인 연구소로, 주변의 아헨공대, 쾰른대학교 및 본대학교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연간 약 천여명의 방문 연구자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K-ERC 홈페이지의 MSCA PF Host Institution Catalogue 2025에서도 제가 작성한 FZJ 소개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율리히 연구소의 주요 특징 및 연구시설 소개

IET-1은 FZJ의 에너지분야 연구소 중 하나로, 2011년에 설립되어 전기화학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 및 전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4개의 응용기술 부서 (베터리, 저온 수전해/연료전지, 고온 수전해/연료전지, 전기촉매/합성)와 3개의 분석기술부서 (현미경/회절, 분광, 데이터과학)로 구성되있고, 20여개국에서 온 약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IET-1은 작은 동전모양 전지부터 방 크기의 수전해기기까지, 실험실수준 뿐만 아니라 실제 응용단계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IET-1, 현미경/회절 부서의 실시간 전자현미경 그룹 (in-situ electron microscopy, 이하 iEM)에서 주로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in-situ TEM)을 이용해 전기화학반응의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수한 홀더를 이용해서 초고진공인 투과전자현미경 내부에 액체전해질을 흘려주고 전기를 흘려주면, 전극주변에서 이온와 전자들이 반응해서 전기증착이 일어납니다. 이때, 전해질의 농도, 유속, 전기 조건, 온도 등에 따라서 전기증착되는 속도, 형태 등이 변합니다. 저는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다양한 현상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각의 변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핵심 메커니즘을 발견합니다. 이후 얻은 정보를 응용부서에 전달하여, 실제 배터리나 수전해 기기들이 안정적으로 장시간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있습니다.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 예시 (DOI: 10.1002/smtd.202400081)

Q: 소속기관에서 본인은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저는 iEM그룹의 Staff Scientist로, 포닥과 그룹리더의 중간역할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연구활동을 제외하면, 그룹원들의 장비교육이나 연구지도를 하며, 그룹리더와 함께 그룹의 운영방향에 대한 논의나 연구과제 프로젝트를 작성합니다. 또한 FZJ 내외부 그룹과의 공동연구를 구상하고 수행합니다.

추가적으로 IET-1에서 연구데이터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조직된 컨텐츠 큐레이터 (Content Curator)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축적되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전자연구노트들과 메타데이터 작성과 관련해 연구소 표준을 작성하고, 관련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연구 환경이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연구인프라가 매우 중요한데, FZJ는 세계적인 연구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매우 만족하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비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장비개발에 참여하고 시제품 테스트에 참여하는 등, 최첨단 기술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전반적으로 성과압박이 크지 않고 깊이있는 연구를 위해, 개별 연구자가 능동적으로 연구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도록 독려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수치달성이 최우선과제였기에 원리를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독일에서는 시간이 들어도 치열하게 원리를 파악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소속기관은 국제 협력을 활발히 하나요? 주로 어떤 국가나 기관과 협력하나요?

FZJ는 유럽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서, 100개가 넘는 유럽연합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외에도 다양한 국제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및 남아프리카 지역 (에너지 및 환경연구 중점)
  •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호주, 중국, 일본, 한국, 인도
  • 북아메리카: 미국, 캐나다 (에너지, 소재과학 및 신경과학 중점)
  • 기타: 조지아, 이스라엘

저도 2025년 상반기에 에너지/녹색 수소 관련 국제 석사 프로그램 (IMP-EGH)에 참가해서 6개월간 서아프리카출신 석사과정 학생을 맡아서 지도하였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연구적인 부분 외에도, 프로그램 차원에서 세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되는 것을 옆에서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독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본국으로 돌아가 에너지/녹색 수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면서 독일과의 협력 및 환경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을 생각하니, 다양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Q: 유럽 내 다른 기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현재 소속기관만의 장점이나 특징이 있다면요?

FZJ에는 국제수준의 다양한 대형연구시설들이 존재해서 다른 기관에서 하기 힘든 실험들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하나의 캠퍼스에 모여서 연구를 하기에 융복합 연구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율리히연구소 대형연구시설 예시들. 슈퍼컴퓨터 JUPITER, 4세대 투과전자현미경 PICO, 대형  반도체 공정시설 HNF

예시1. Exascale 슈퍼컴퓨터 JUPITER at Jülich Supercomputing Center (JSC)

1초에 100 경 (1018) 번의 연산이 가능한 JUPITER는 2025년 세계 4위의 계산능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슈퍼컴퓨터들 (JUWELS, JURECA, JUSUF)도 높은 성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100% 활용하기 위한 저장소, 소프트웨어을 비롯해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시2. 전자현미경 전문 연구소 Ernst Ruska Center (ER-C)

투과전자현미경 발명자인 Dr. Ruska의 이름을 따서 만든 연구소로, 4세대 투과전자현미경인 PICO를 비롯해 10여대의 투과전자현미경 (TEM)과 집속이온빔/주사전자현미경 (FIB/SEM) 등 다양한 시편준비장비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ER-C 2.0 국가 사업을 통해 6개의 특별한 TEM들이 추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예시3. 대형 반도체 공정시설 Helmholtz Nano Facility (HNF)

1200 m2 규모의 2층 건물로, 1층은 분석구역으로, 2층은 클린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2층 전체가 1층과 분리된 형태로 무진동 설계가 적용되어, 세밀한 반도체 공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는 한국 연구자들이 있다면, 어떤 루트로 연락하면 될까요?

연구자간의 협력 또는 박사과정/포닥 문의 등이라면, 주제나 관심사를 적어서 저에게 이메일(j.park[at]fz-juelich.de)을 주시면, 관련된 한인 연구자분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기관끼리의 협력이라면, 해당 내용을 작성하셔서 FZJ 국제협력팀의 박현지 박사님께 연락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한국과의 연구 협력 경험이 있거나, 향후 협력 의사가 있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요?

FZJ는 2020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와 MOU를 채결하고, 한국과의 연구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1) 매년 글로벌 공동연구 촉진 사업을 통해 FZJ 소속 연구팀과 NST소속 정출연 연구팀간의 네트워킹 과제를 지원 (연 5천만원, 2개 과제)하고 있고, 2) 2년 간격으로 한국-독일 과학기술 워크샵을 열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3) FZJ 연구자들의 한국 방문연구를 위한 프로그램 (최대 3개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율리히연구소에서 진행된 2022년 한국-독일 과학기술 워크샵 단체사진

2025년 기준, 한국과 독일 정부와의 협력사업으로는 1)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 – 글로벌 매칭형을 통해 3년간 연 1억 5천만원의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2) 연구재단 – 한-독 특별사업을 통해 연구자 네트워킹 과제 (대학원생 연수사업 포함) 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한국이 준회원국으로 합류한 Horizon Europe의 유럽연합 과제를 통해서도 같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K-ERC 홈페이지에서 워크프로그램에 대해 한국어로 분석한 자료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같은 기관에 한국인이 더 있나요?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연구소 규모가 큰 만큼 약 30여명의 한인 연구자들이 근무하고 계시고, 각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로 소개해드릴 분은 국제협력팀에서 근무하시는 박현지 박사님입니다. FZJ를 대표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제협력을 위해 힘써주시고 계십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렸던 NST와의 MOU를 기반으로한 한국과의 협력도 박현지 박사님께서 이루신 성과입니다. 이외에도 5명 정도의 그룹리더들을 비롯해 포닥, 박사과정 분들이 계시고, 한국에서 온 방문연구자들도 계십니다.

매월 첫번째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모여서 세미나 겸 점심식사를 하고, 이외에도 환영회/송별회/번개모임 등을 진행해서 친목을 다지고 있습니다.

 

Q: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현재 소속기관을 추천한다면 어떤 분들에게 어울릴까요?

한국에서 수치달성에 시달리셨던 분들이라면, 원리를 찾아가는 독일의 연구분위기에 만족감이 높으실 것입니다. 특히 FZJ가 독일에서도 시골에 위치하고 있어서, 연구에 오롯이 집중하기 좋습니다. 또한 고급 연구장비나 분석장비에 답답해하셨던 분들이라면, FZJ의 연구인프라에서 원없이 연구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밤낮으로 팀원들끼리 화합하던 문화가 어색하셨던 분들은, 저녁회식은 상상하기 힘든 독일에서 자신만의 스케줄대로 독립적으로 일하실 수 있습니다.

연구 외적으로도 FZJ는 장점이 많습니다. 1) FZJ가 위치한 율리히 자체는 작은 도시여서 매우 조용하지만, 주변에 아헨, 쾰른, 뒤셀도르프 등 한인 커뮤니티가 잘 발달된 도시들이 있습니다. 한인 교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식료품점, 미용실, 병원 등이 있어서 타지살이의 어려움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가 발달한 만큼 국제화도 잘 되어있어서,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상당부분 가능한 지역입니다. 2) 지리적으로는 네덜란드, 벨기에와 가까워서 30분-1시간 정도만 차로 이동하면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소속기관 또는 유럽에서 연구하면서 느낀 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지낼때, 저는 묵묵히 할일을 하던 사람이였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였고, 결과나 나쁘면 해결이 될 때까지 버텼습니다. 그동안 무언가 답답했지만 겉보기에는 평범하게 잘 지냈기에,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유럽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사실은 내가 힘들게 지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이 생각하는 정답으로 가는 길이 존재해서, 제가 다른 길을 원한다고 말해도 주변에서 ‘그건 오답이야’ 라며 막혀왔습니다. 다른 길을 계속 주장한다면 오지랖을 부리며 어떤 형태로든 비난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비난을 피하기위해 모두가 가는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저와 맞지 않은 길 위에서 저도 모르게 지쳐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에 오니, 처음에는 무관심해 보이던 그들의 삶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국에서 얽혀있던 다양한 관계속에서의 제가, 유럽에서는 홀로 서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천천히 제가 잊고지냈던 원하는 길을 따라 걸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편안함이 조금씩 찾아왔습니다.

아직 두렵긴 하지만, 지금 제가 걷고있는 이 길은 적어도 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길이기에, 수치 경쟁이 아닌 원리 이해라는 길고도 고독한 길이, 이제는 그렇게 어둡고 무섭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 제가 살고있는 유럽은 혹시 모를 긴 시간을 기다려줄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이 저에게 유럽에서의 삶이 어떤지 물어볼 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돈이 많다면 한국에서, 능력이 뛰어나다면 미국에서, 안정적인 삶이라면 유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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