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won KIM
Next generation nuclear power
PhD candidate at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제가 연구원으로서 처음 유럽에 발을 디딘 것은 2022년 12월이었습니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KONICOF)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원자력 인턴십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KIT)의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소인 KIT-INE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곳에서 약 6개월간 인턴십을 수행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체류는 짧았지만, 유럽의 연구 환경과 독일의 학문 분위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Global Internship)은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 및 졸업생들에게 세계 주요 원자력 관련 기관에서 직접 연구 및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해외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됩니다. 2025년도 인턴십은 총 7개국 9개 기관(예: IAEA, OECD/NEA, KIT, SCK CEN, Purdue 등)에서 약 14명 내외를 선발하며, 선발된 인원은 최대 6개월간의 인턴 활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참가자에게는 항공료, 비자 발급비, 체재비 등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 제공되며, 사전교육과 수료 후 워크숍 등을 통해 전문성 강화와 네트워크 확장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지원 자격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이공계 4년제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재학생, 휴학생, 졸업생 포함)이며, 선발 절차는 서류 평가, 영어 발표 및 국문 심층면접, 그리고 해외 연수기관과의 화상 면접으로 구성된 총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을 통해 청년 인재들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뿐 아니라, 국제기구 취업, 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향후 국내 원자력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성장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원자력협력재단에서는 원자력 글로벌 실험실습, 글로벌 스칼라십, 글로벌 포닥 펠로우십 등의 여러 국제적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어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턴십을 마친 이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박사과정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테크네튬(Tc)의 환원 조건에서의 거동을 평가하는 공동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시 KIT-INE와 협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4년 5월부터 다시 독일로 오게 되었고, 어느덧 1년이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KIT-INE에서 게스트 연구원으로 머무르며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박사학위 과정은 여전히 한국에서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완전히 정착한 경우는 아니지만, 짧지 않은 체류 경험을 통해 독일의 연구 환경과 생활에 대한 값진 경험을 얻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 독일에 체류하며 연구를 수행하고자 할 경우,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거주’입니다. 단기 체류자에게 제공되는 숙소 형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더라도 체류 비용이 높거나 안정적인 주거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독일 내 대학에 정식 등록된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 기숙사나 시에서 제공하는 공공 숙소는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이나 박사후연구원처럼 장기 체류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생활 면에서는 한국과 비교해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식문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행정 처리 과정까지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다 보니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영어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경이긴 하지만, 독일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면 현지에서의 생활과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 반갑고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도 외국인이 독일어를 사용하려는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따라서 독일어를 배울 수 있다면 독일 생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구와 학문적인 측면에서, 독일의 연구 기관과 공과대학교들은 높은 수준의 학문적 분위기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KIT-INE는 방사성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제한 실험 구역과 분석 장비들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 실험 기반 연구를 수행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 연구자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행정적 지원 체계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구 이외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비록 이번 체류 기간은 박사과정 중에 이루어진 것이고, 아직 완전히 정착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 연구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연구 환경과 분위기가 제게 매우 잘 맞았고, 연구적으로도 큰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박사과정을 마친 뒤 박사후연구원으로 다시 KIT-INE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향후에는 보다 성장한 연구자로서,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지속적인 연구 커리어를 이어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으며 이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단순한 단기 체류를 넘어, 연구자로써의 진정한 의미를 두고 독일에 정착하여 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저처럼 유럽에서 연구자로서의 커리어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경험이 작지만 현실적인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환경에서의 도전이 때로는 두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독일, 유럽은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