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C 서포터즈] 나의 유럽진출 경험담 – 김승기(벨기에/이차전지)

Seung-Gi KIM

Secondary Cells

PhD candidate at University of Louvain

부부의 꿈

아내(KERC 서포터즈 1기 양한나)와 나는 같은 학교 같은 과 CC로 만나 학부 졸업 후 바로 결혼했다. 우리는 연애때부터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찾아보니 한국에서 석사를 한 후 박사를 외국에서 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걸 알게되었다. 시드 머니를 모으기 위해서 둘 다 학생연구원(학연생)으로 연구원에서 석사과정을 했는데 많은 장비를 직접 다뤄볼 수 있고 국가 프로젝트를 참여할 수 있었던 점에서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CV가 화려해진다.

졸업을 6개월 앞두고 아내가 먼저 벨기에 UCLouvain에 합격했다. 그리고 인터뷰 중 아내가 남편도 박사과정을 구하고 있고 석사과정 때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를 했다고 하니 이 연구를 하고 계시는 같은 과의 교수님을 소개해주셨다. 그렇게 메일을 보냈고 인터뷰를 했는데 지금 당장 펀딩이 없고 교수님이 쓰신 제안서가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입학이 가능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조건부 이야기를 하셨다.

박사 지원를 위한 여정: 영어공부, 워킹홀리데이

한국에서 석사 졸업은 2월, 아내의 박사 입학은 10월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를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또한 결혼 후 바로 석사생활을 하면서 신혼을 보내지 못했기에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 나는 영어, 아내는 프랑스어(UCLouvain는 벨기에 프랑스권에 있다.)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캐나다 몬트리올이 적합하다 생각되었다.

코로나가 슬슬 종식되며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풀리기 시작해 우리 둘 다 지원했다. 사실 아내의 프랑스어보단 나의 영어가 시급했기 때문에 아내가 일을 하고 나는 영어공부에 집중하려 했는데 랜덤으로 발급되는 캐나다 워홀비자 특성상 나만 인비테이션을 받게되었다. 결혼적으로 6개월동안 나는 치킨집에서 일하며 영어공부를 병행하였고 아내는 여행자(캐나다는 최대 6개월까지 무비자체류가 가능하다.)로 와서 장학금 신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벨기에 학교는 박사과정이 4년으로 정해져있고 그중 1년은 대부분 개인 펀딩을 지원하는데 시간을 사용한다고 한다. 만약 개인 펀딩을 붙으면 교수님은 본인 펀딩을 다른 연구에 사용할 수 있고 떨어지더라도 교수님 펀딩으로 연구를 하니 본전이라는 것이다. 개인 펀딩은 경쟁률이 꽤 치열한 편인데 감사하게도 입학하기도 전에 아내가 붙었다. 나의 치킨집 알바로 잘 내조를 한샘이다.

몬트리올 생활 중기쯤 교수님께 펀딩 결과가 좋지 않아 받아 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루벤에 있는 IMEC박사님께도 연락을 드렸는데 GRE성적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보류하였고 다른 공고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다. 일단 급한 것은 영어공부였기에 영어공부에 집중하고 벨기에 가서 직접 구해보기로 했다.

평화로웠던 캐나다 비록 포지션은 못 구했지만 근심걱정 없었던 캐나다생활, 가끔 그립다.

현지에서 박사과정 지원하기: 기회는 어디서 올지 모른다.

내가 벨기에에 체류하기 위한 비자는 2개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아내의 학생비자에 딸린 동반자 비자를 신청하거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만 30세이하 선착순 200명)를 받는 것이었다. 전자를 받으려면 일정 월급을 받은 보증인을 세우거나 학교가 보증을 해주는 대신 1년에 18000유로(한달에 최소 생활비로 1500유로*12개월)을 학교 계좌에 넣고 매월 그 돈을 돌려받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또한 일을 할 수도 없다. 나는 혹시 알바자리를 찾게 될 수도 있고 인턴을 할 수도 있고 해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았다. 비자발급에 시간이 오래걸리니 미리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8월은 유럽사람을 대부분 놀러가서 일을 안하기 때문에 일처리가 정말 느리다.

아내가 석사 때 했던 분야와 같은 분야로 박사과정을 갔기 때문에 나도 처음엔 SOFC만 알아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벨기에 도착한지 한달 후 마음을 비우고 조금씩 분야를 틀어보기 시작했다. 또 벨기에는 석사과정이 학사과정의 연장선으로 4학기중 3학기는 수업을 듣고 한학기만 연구실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석사 때 분야와 박사과정 분야가 달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분야를 바꿀 기회기도 하다. Euraxess(https://euraxess.ec.europa.eu/)에 뜬 흥미로워보이는 공고 몇 개를 지원했고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중 아내가 자기 팀원의 committee 멤버(졸업논문을 심사하는 교수단)중 한 분이 학생을 구하고 있다고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분야는 2차전지로 내가 했던 3차전지와는 다르지만 전기화학 범주안에 들어있어 용기가 났고 바로 교수님께 바로 연락을 드렸더니 다음주에 랩실로 오라고 빠른 답장을 주셨다.

교수님과 짧은 미팅 후 랩투어를 시켜 주셨고 돌아오는 주에 내가 석사 때 했던 것을 랩미팅에서 발표해 달라 하셨다. 아직 발표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부담스러웠고 포닥들 만 올 수 있게 요청하여 교수님과 6-7명의 포닥들 앞에서 석사 때 결과를 브리핑했다. 발표는 질의응답 포함하여 1시간 정도 걸렸고 생각보다 질문이 많아서 석사 디펜스를 다시하는 느낌이었다. 미팅 후 그전 교수님과 같이 본인이 쓰신 제안서가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나를 고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교수님이 SOFC는 하지 않으시지만 내가 분석했던 기법에 관심이 있으시고 배터리와 접목을 하시고 싶으셔서 나를 뽑고 싶다고 하셨다.

한달 뒤 교수님께서 펀딩을 따셨고 합격 통지를 받았다. 나는 일반적인 루트처럼 몇 십개씩 컨택 메일을 뿌린것도 아니고 교수님께서 연락도 빨리 주셔서 벨기에 도착 후 약 3개월만에 포지션을 구했으니 정말 감사한 경우였지만 기다리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더 힘든 비자 프로세스가 남아있었는데 내가 가진 것은 워킹홀리데이 비자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에 다시가서 새로 학생비자를 받아야 했다. 제출서류 중 입학서류가 너무 늦게 나와 비행기표를 미워가며 예상보다 3개월 더 한국에 머물러야 했다. 매주 입학처에 찾아가 닦달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학부CC에서 대학원CC까지 하며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생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벨기에 도착한 다음날 벨기에 유명인사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갔다. 작은 골목에 많은 사람을 뚫고 갔는데 너무 작아서 놀랐다.

한국과 유럽의 다른 점은 회식문화이다. 보통 점심에 시작하여 일과시간에 끝낸다. 그리고 자주하지도 않는데 우리 팀 전체회식은 1년에 딱 한 번 12월 셋째 주이다.

벨기에에서 집구하기

벨기에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상상초월로 힘들다. 한국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 벨기에 진출할 미래의 과학자들이 나와 같은 힘듦을 겪지 않았으면 하여 적어본다.

벨기에 비자를 받을 때 대사관에서는 벨기에 도착 후 8일안에 시청에서 거주증 신청을 하라고 권고한다. 거주증은 집을 구해야 신청할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그것이 맞지만 8일안에 집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본인들도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8일 이후에 신청해도 뭐라하지 않는다. 참고로 우린 2달뒤에 신청했다.

벨기에의 일반적인 집구하기 순서는 아래와 같다.

1.부동산 사이트에서 매물찾기

보통 Immoweb (https://www.immoweb.be/fr)에 매물이 많이 올라온다.

2.방문예약

부동산에 전화 혹은 메일을 보내 방문을 예약한다. 주의할 것은 방문한다고 그것이 내 집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은 방문자리스트를 만들어 리스트에 있는 모두에게 집을 보여준다

3.신청서작성

방문한 사람들 중 집이 마음에 든다면 신청서를 받는다. 이때 신분증, 월급증명서(박사과정의 경우 장학금 증명서, 석사과정은 부모님의 월급명세서를 내야함), 내가 이 집에 살고 싶은 이유 등을 낸다.

4.다른 후보자들과 경쟁

집주인이 신청서를 작성한 사람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다. 내가 집을 구할 땐 아내만 돈을 받고 나는 포지션이 없는 상태였고 강아지도 있어서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5.계약

내가 뽑히면 집계약을 진행한다. 집주인, 부동산중개사가 모여 서류를 작성하고 보증금은 일반적으로 2-3달치 월세이다. 집주인과 은행에 가서 보증금 계좌를 만들어 묶어놓는다.

6.집 검사(Inspection)

벨기에는 세입자는 부동산 중개비를 내지 않고 집주인만 낸다. 하지만 집 검사 비용은 세입자, 집주인 모두 내야 한다. 업체에 집검사를 의뢰하여 처음 상태를 보증하는 것인데 꽤 꼼꼼하게 이루어진다. 나중에 나갈 때 처음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보증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

7.보험가입

집보험은 필수이다. 집보험에 가입하려면 벨기에 계좌가 필요한데 웃긴 것이 계좌를 만들려면 거주증이 필요하고 거주증이 있으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 뫼비우스의 띠다. 집주인에게 1년치 보험비를 주고 (보통 한달에 12로정도 한다.) 집보험을 부탁하는 방법이 있다.

8.집 키를 받는다.

처음엔 한국처럼 부동산에 가서 하루 이틀만에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정도 복잡하고 길었다. 만약 우리학교에 올예정이라면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다. 학생 기숙사와 홈스테이 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집구하기 방식인 위의 순서보단 간단하게 집을 구할 수 있다.

https://www.uclouvain.be/fr/facultes/epl/accommodation

https://www.kotalouvain.be/en/

한국에서 집을 구하고 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 과정을 한국에서 다하기도 힘들고 그런 점을 이용하여 외국인 대상으로 사기를 많이 치니 와서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페이스북을 통한 개인거래 사기가 많으니 가능한 부동산을 끼고 집을 구할 것. 절대 한국에서 개인에서 돈을 송금하면 안 된다.

2달 걸려서 구한 우리의 소중한 벨기에 첫 집. 처음 복층에 살아보는거라 설랬지만 한번 미끄러질뻔한 후 론 모든 로망이 사라졌다. 지붕에 물이 새기도 하고 쥐가 나온적도 있지만 좋은 집주인덕에 지금은 싹 다 고쳐서 좋은 보금자리가 되었다.

영국 Warwick에서 열린 Europe Korea Conference(EKC)2024 매년 열리는 EKC는 유럽에 각지의 한인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벨기에에서 영국까지 차를 타고 다녀왔는데 운전대가 반대방향이라 어려웠다.

아내와 함께 유럽 8.15 RUN행사에 참여하여 8.15 km를 뛰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후손들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한 행사로 한국에선 매년 열리는 유명한 행사인데 유럽에서는 이번에 처음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비록 꼴찌로 들어왔지만 완주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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