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뮌헨에 위치한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udwig Maximilian University of Munich) 수의대학에서 박사 과정 중인 이승혜입니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독일 예나(Jena)에서 분자생물학 석사 과정을 시작한게 독일과의 첫 인연이었는데, 독일의 선진적인 연구 문화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연구를 이어나가고자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뮌헨에 거주한지는 약 3년정도 되었습니다.
뮌헨대학교 수의대학 연구소 전경
Q: 소속기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제가 소속된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udwig Maximilian University of Munich, 이하LMU)는 독일 뮌헨에 위치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대학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으며, 특히 이공계, 의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뮌헨대학교라는 이름 답게 캠퍼스가 뮌헨 전역에 골고루 퍼져있습니다. 이웃 대학인 뮌헨 공대(TUM)과도 활발한 학문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막스플랑크 연구소, 헬름홀츠 연구소 및 BMW와 같은 대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뮌헨이란 도시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학문 기관이라 생각됩니다. .
저는 LMU의 수의과대학(Veterinary Faculty)의 화학 및 생화학과(Chemistry and Biochemistry)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의대학이라고 하면 동물 관련 연구라 생각하시지만, LMU 수의대학에서는 기초과학 연구, 대학병원과의 협업을 통한 임상 연구(clinical research)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의생명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제가 속한 화학 및 생화학과의 연구팀은 당단백질(glycoprotein) 중 하나인 렉틴(lectin) 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렉틴은 세포 간의 신호 전달, 병원체 인식,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생리학적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이며 저는 이러한 렉틴이 바이러스 감염이나 암과 같은 질병의 발병과 진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즘과 기능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소속기관에서 서포터즈님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의 생물학 전공 박사과정생들이 그렇듯, 저 역시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냅니다. 일과의 중심은 실험과 그로부터 도출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며, 모은 데이터를 정리해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구팀 내에서는 최소 2~3주에 한 번씩 각자의 연구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자리를 갖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의 특징 중 하나가 토론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는 것인데,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배운 것 중에 하나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제가 대학교 소속이기 때문에 정규 수업을 맡아 강의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저는 매년 수의과대학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화학 실습 수업을 맡고 있습니다. 매 학기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동기부여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실습 수업을 통해 생화학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저희 연구소에 인턴십으로 참여해서 몇달간 생화학 연구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Q: 같이 연구하는 사람들을 소개해주세요.
저희 연구실은 특별하게도 세 분의 교수님이 함께 이끌고 계십니다. 올해 새롭게 그룹 리더로 부임하신 Prof. Bernd Lepenies 교수님을 중심으로, Prof. Herbert Kaltner 교수님과 Prof. Sabine André 교수님까지 총 세 분의 지도교수님이 상주하고 계십니다. 우스갯소리로 “너희 그룹은 졸업 후 추천서 걱정은 없겠다”고 할 만큼, 여러 교수님들로부터 다양한 관점과 깊이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이 경험은 정말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두 명의 포닥 연구원들과 세 명의 테크니션, 그리고 저를 포함한 세 명의 박사과정생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소는 점차 규모를 확장해나가는 중으로, 곧 새로운 포닥과 박사과정생이 합류할 예정입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연구팀이지만, 세 명의 숙련된 테크니션이 상주하고 있어, 실험 설계와 진행, 기술적 문제 해결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또한 박사, 석사 및 인턴 학생들을 포함하면 한국, 그리스, 스페인, 인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모여 인터네셔널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독일 대학 연구그룹이지만 공용어로는 영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Biomedical Center(BMC)전경
Q: 연구 환경이나 분위기는 어때요?
뮌헨대학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모든 생물학 관련 인프라를 하나의 캠퍼스 형태로 통합해 놓은 BMC(Biomedical Center)가 있다는 점입니다. BMC는 단순히 생물학과 건물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뮌헨대학교 소속 생물학, 약학, 의학, 수의학 연구소, 막스플랑크 생화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s), 그리고 여러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한 곳에 집약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캠퍼스 안에서는 생물학 연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연구 장비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최첨단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실험 장비나 분석 시설을 구하기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 없이, 한 공간 안에서 최적화된 연구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연구 효율성과 품질 모두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BMC 주변에는 졸업 이후 취업할 수 있는 바이오 관련 기업들도 밀집해 있어, 바이오 전공자들에게는 연구뿐만 아니라 커리어 기회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연구팀 내 분위기는, 여타 많은 유럽 연구소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수평적입니다. 직급이나 연차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잘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팀원들 중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이 많아,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해 무한한 이해와 지원이 제공됩니다. 연구 일정 조정이나 회의 시간 설정 등에서도 가족 중심적인 배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연구자들이 가정과 연구를 균형 있게 병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소속기관이 활발한 국제협력 활동을 하고 있나요?
올해 저희 연구팀의 주요 목표가 활발한 콜라보레이션 구축입니다. 작은 것 부터 천천히 이루어가자는 마음으로 올해는 LMU 수의대학 소속 연구소들 간의 강한 커뮤니티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월 1회 모든 수의대학 소속 연구소가 함께 모이는 Joint Meeting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 미팅에서는 각 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의대학 연구팀 내에서는 주로 장비와 시설 공유를 중심으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곧 공동 연구도 진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국제적 협력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현재 글로벌 연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연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영감을 얻고 있으며, 이는 향후 본격적인 국제 공동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연사분도 모실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소속기관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아무래도 저희 연구팀에 한국인 박사과정생인 제가 소속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지도교수님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주 질문을 해주시고, 한국 문화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많이 해주십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한국의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며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테크니션이 한국 여행을 다녀와서 간식거리를 사와서 나눠준 덕분에 한국 간식에 대한 동료들의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습니다. 올해 저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데 돌아오는 캐리어 안에 어떤 간식을 가져와야할지 벌써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일에서는 아직까지 한국의 높은 연구 수준이 충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회원국으로 등록되고, 독일 연구재단(DFG) 등과의 공동 펀딩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과의 협업 기회를 우리 그룹에 홍보하는 것의 저의 임무 중 하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같은 기관에 한국인도 있나요?
제가 속한 수의대학 연구팀 내에서는 현재 한국인이 저 혼자입니다. 하지만 뮌헨대학교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거의 모든 연구소마다 한 명 이상의 한국인 연구자나 학생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한국인 구성원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분야도 생명과학, 화학, 물리, 의학, 공학 등 다양합니다.
이처럼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뮌헨 대학원생 모임’이라는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 1~2회 정도 식사 자리를 겸한 네트워킹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어, 외국인 연구자로서의 고민을 나누거나 연구 정보를 교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 모임에서 만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팀이 있을만큼 훌륭한 한인 연구자들이 뮌헨 전체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국외 한인 연구자들 간의 교류를 장려하고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공식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Q: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소속기관을 추천한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당단백질, 그 중에서도 렉틴(Lectin)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께서 C-type lectin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던 분이시기 때문에, C-type lectin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 드립니다.
또한 뮌헨은 이공계 연구에 있어서만큼은 독일 최고의 도시라고 자부할 만큼 인프라 및 인적 자원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비영어권 국가이지만 영어 하나만으로도 연구를 수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이며 실제 많은 인터네셔널 학생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 외적으로도, 영어만으로도 살기 좋은 장점 및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쾌적하게 조성된 자연환경, 매우 다양한 한인 연구자 풀 등을 이유로 외국에서 연구를 꿈꾸고 계신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소속기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뮌헨대학교 수의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실력있는 학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이름에 국한되지 않고 기초과학부터 응용까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연구 기관이라 생각합니다.
꼭 관련 분야가 아니더라도 독일 유학, 뮌헨에서의 연구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서포터즈 소개에 있는 이메일로 메일 주시면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연구자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만나길!

